MB, 휴일 장관 전원 소집 … 11시간 동안 “개혁”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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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전 정운찬 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0~2015년 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 대통령,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정 총리, 임태희 노동부 장관. [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휴일인 9일 국무위원들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으로 소집했다. 2010~2015년 국가재정의 배분과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올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는 선거가 없는 해이므로 앞으로 1년 반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사회 구석구석 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의 현안·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개혁을 촉구했다. 형식적 내용의 보고가 나오면 “과거와 비슷한 의견을 얘기할 거면 오늘 애써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일침도 가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대통령이 오랜만에 죽비(竹篦·절에서 스님들이 졸지 몰라 등을 내리칠 때 쓰는 대나무 자)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8시부터 11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검찰·경찰 개혁도 큰 과제”=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때 허점을 드러낸 국방부를 먼저 지목했다. “이번 사태로 국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국방 계획은 현실성에 맞는 방향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어느 부처도 개혁에 예외일 수 없다”고 했다.

지식경제부를 향해선 “R&D(연구·개발)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5%까지 올리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으로만 만족할 수 없다. 그 예산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부에는 대해서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파업하고 노동쟁의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었다. 나는 외국 정상들에게 변명을 한다. ‘(우리도) 노동 선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 대고 국내 문제를 흉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노동문화를 바꾸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스폰서 검사’ ‘향응 경찰’ 논란에 휘말린 검찰과 경찰에 대해선 이런 말을 했다. “검·경 개혁도 큰 과제다. 성범죄를 잡는다는 경찰이 성폭행에 가담했다. 국민이 경찰을 믿지 못한다. (검사 중) 일부는 속으로 ‘내가 개인적 친분으로 (접대 받고)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느냐’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더 잘못된 것이다. 성직자는 최소한의 (잘못된) 일을 해도 지적받는다. 검·경이 모범이 돼야 한다.”

◆“선진국=저성장 고정관념 바꿔야”=이 대통령은 “정부에 와보니 아직도 낭비성 예산이 많다.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중복되는 게 있다”고 예산 낭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회의 도중 사례 등을 제시하며 재정 운용에 있어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료들이) 선진국이 되면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이제는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발상 전환의 예로 노령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이 일할 기회를 제한해선 안 된다. ‘노인이 아닌 노인’들에게 소액의 지원을 하기보다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10~20년 계획을 짤 때 대한민국 경제가 이 시점에 무엇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지를 염두에 두고 재정건전화를 논의해야 한다. 2050년 계획을 세우면서 1900년대 사고를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 개념을 다 바꾸자”고 강조했다.  

글=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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