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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고혈압·당뇨라면 ‘패키지 검진’ 해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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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강원도 춘천에 살고 있는 이모(50)씨. 얼마 전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검진 결과, 뇌동맥 협착증을 진단받았다. 자칫하면 뇌출혈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뇌MRI/MRA(뇌자기공명 영상촬영)의 덕을 톡톡히 본 셈. 그는 별도의 절차 없이 신경외과 외래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불안하게 한 건 가족력. 누님과 형님이 걱정돼 ‘가족패키지’ 건진을 예약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3살 많은 형님은 3D 관상동맥 CT를 통해 관상동맥 협착이 발견됐고, 14살 많은 누님은 뇌동맥 협착과 관상동맥 협착까지 모두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형님은 약물로 치료를, 누님은 스텐트로 혈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가족은 식생활·습관 비슷해 질병도 닮아

건강진단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개인에서 부부·모녀·형제 등 가족 단위로 건강진단을 받는 새로운 풍속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가족에게 닥칠 수 있는 우환을 사전에 차단해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질병 발생에 가족력이 고위험 인자로 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가족 구성원은 식생활과 같은 생활 환경·습관·성격은 물론 유전인자 등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어 같은 질병을 앓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가족 단위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예방과 건강증진은 물론 질병을 관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정조 교수(소화기내과)는 “가족 구성원은 건강검진표에 나타나는 혈당·혈압·콜레스테롤 등 수치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며 “이 같은 건진 결과를 가지고 함께 도와가며 건강관리를 하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로 건강관리를 하는 첫걸음은 질병 가계도를 그리는 것. 가계도를 그려 놓고 조부모와 부모님이 어떤 질병을 앓으셨거나 돌아가셨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건강검진을 한 식구들이 각각 자신의 건강 수치를 기입하고, 질병 관련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질병 가계도 만든 뒤 전문가 상담 받아야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유전력과 생활습관의 합작품이다. 예컨대 당뇨병이나 고혈압 소인을 가진 사람이 비만하다면 바로 체지방이 성인병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건진 결과를 놓고 유전력과 생활 습관을 비교해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암의 경우 친인척 중에 이른 나이에 암 걸린 사람이 있었는지, 또 한 사람이 여러 암에 걸린 적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고혈압이나 당뇨병·뇌졸중·관상동맥질환 역시 발병 나이와 식습관, 운동 여부, 흡연 등 생활 습관을 꼼꼼히 비교해 본다.

이렇게 질병 가계도가 완성되면 다음으론 건강 설계를 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조언.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담당의사의 수치에 대한 의미와 상담 내용을 함께 공유한다. 짜게 먹거나, 식탁이 고지방·고칼로리 식단으로 구성돼 있다면 과감히 채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비만을 해소하고 면역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가족이 함께 시작해야 할 좋은 습관이다.

정 교수는 “평생 유지해온 생활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며 “같은 질병을 함께 앓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운동을 시작하면 서로 버팀목이 돼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도패키지·부부패키지 등 선택 가능

건강관리의 개념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질병의 조기 발견 뿐 아니라 건강검진 결과를 놓고 좋은 습관을 강화하고, 나쁜 습관은 바꾸는 행동 수정을 해야 한다.

이때 가족은 서로의 건강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여기에 질병 가능성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치, 그리고 건강해지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전문적인 ‘교사’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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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심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는 가족 단위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건강검진을 제공한다.

‘가족 패키지’라는 이름의 가족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부모님을 위한 효도패키지, 부부 패키지,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3~4인 가족을 위한 패키지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있다. 가정의 특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최규용 평생건강증진센터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현재 가족 단위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건강검진센터가 없다는 차별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다”며 “가정의 달에 가족이 함께 건진 나들이를 계획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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