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난독증(얼렌증후군)] 색깔있는 특수렌즈 쓰면 증상 크게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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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른바 난독증이다.

최근 고대 구로병원 안과 김승현 교수는 “난독증의 하나인 얼렌증후군 환자에게 특정 색깔이 있는 렌즈를 처방한 결과, 독서 속도가 빨라지는 등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특정 파장을 걸러주는 렌즈를 착용해 빛을 여과시킨 결과, 시각을 받아들이는 마그노 세포의 기능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

난독증은 지능은 정상이지만 뇌의 일정 부위가 문자를 판독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들어온 글자 모양을 과거 학습한 기억을 통해 분석하는 행위다. 따라서 글을 이해하는 과정의 어느 한 단계라도 장애가 있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읽기나 쓰기에 집중하지 못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오해받기도 한다.

난독증 중에 대표적인 얼렌증후군은 시신경세포가 정상인보다 작거나 미성숙해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질환.

특정한 파장의 빛을 감지하지 못해 시신경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로 인해 글자가 흔들리거나 겹쳐 보이고, 글자가 널을 뛰듯 시각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눈의 피로·두통·혼란·어지럼증도 온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의력 결핍 장애의 4분의 1, 읽기 장애의 45% 정도가 얼렌증후군이다.

얼렌증후군은 1980년대 이를 처음 발견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한 미국 얼렌 여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일정한 파장의 빛을 차단하면 시신경의 과부하가 줄어 증상이 개선된다는 원리를 찾아냈다.

따라서 얼렌증후군으로 진단받으면 개인에게 맞는 필터를 찾아주는 검사를 받아 색깔 있는 렌즈를 처방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뇌에 이상이 없다면 눈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또 난독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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