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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에 젖어 거부감 사라질 때 홍보효과는 극대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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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 22면

지난해 12월 열린 앱솔루트의 ‘록 파티’에서 크라잉 넛이 공연하고 있다. [앱솔루트 제공]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컨벤션 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하얀 옷을 입거나 하얀 셔츠를 걸치고, 하얀 액세서리를 한 이들이 모인 곳은 스웨덴산 보드카인 앱솔루트의 리미티드 에디션인 ‘노 레이블’ 출시 파티. 드레스코드 ‘White’에 따라 참석자들은 몸에 한 가지씩 ‘하얀색’ 지니고 있었다. 파티엔 설치미술가 유쥬쥬,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 등이 초대돼 이날의 주제인 ‘편견 없는 세상’에 맞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업의 파티 마케팅

앱솔루트는 1년에 두세 번 새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파티를 연다. 지난해 12월엔 ‘록 에디션(Rock Edition)’ 출시에 맞춰 서울·부산의 클럽에서 록 파티를 열었다. 이 파티에선 검정 가죽옷을 입은 사람들이 록 밴드 크라잉 넛의 음악에 몸을 맡겼다. 앱솔루트를 수입·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마케팅 담당 송현귀 이사는 “신제품을 고객에게 알리고 반응을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이 파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고객과의 직접 소통은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주류 업체는 ‘파티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독일산 허브 리큐어 예거마이스터는 캠퍼스 파티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학과·동아리에 음향시설을 갖춘 무대와 주류를 제공해 대학 축제 기간에 파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술을 수입하는 아영FBC 마케팅팀의 전동혁 매니저는 “파티를 술·음악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주류업체가 파티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뉴질랜드산 보드카 42빌로우를 선보인 바카디 코리아도 파티를 만들어 준다.

'42 party’란 이름으로 직장·학교·동호회 어떤 모임이든 42명을 모아 홈페이지(www.42below.co.kr)에서 신청하면 매달 한 팀에 파티 장소와 DJ, 무제한 칵테일을 제공한다. 스포츠 브랜드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에 맞춰 파티 장소 선택부터 참신하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컨테이너로 만든 서울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파티를 열었다. 정식 오픈하지 않은 공간을 사흘간 빌려 파티와 공연을 거듭하고 벼룩시장도 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야외 응원파티를 기획 중이다.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열리는 6월 12일 한강시민공원에서 축구를 관람하고 밤새 ‘노는’ 파티다. 나이키는 지난해 ‘팝업 스토어’에서 파티를 열었다. 딱 한 달만 문을 연 이곳에서 제품을 전시하고 주말엔 디제잉 파티를 열었다. 뉴발란스가 지난달 초 연 파티의 장소는 갤러리였다.

브랜드의 104주년을 기념해 한국에 104켤레만 수입된 한정판 신발 론칭 파티였다. 갤러리라는 공간을 활용해 뉴발란스 운동화를 주제로 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했다. 이런 글로벌 브랜드가 여는 파티에는 본사가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이 있다. 아디다스 마케팅팀 이호영 대리는 “구체적으로 어디서 뭘 할지는 알아서 하지만 큰 주제는 정해준다”고 했다. 앱솔루트 록 파티의 경우에도 호주와 독일에서 각각 자국의 인기 있는 록 밴드를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명품 패션 브랜드가 여는 파티는 셀레브리티와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새 매장을 열거나 ‘신상’이 나왔을 때 패션쇼와 더불어 파티를 진행한다. 지난달 초 한강변의 컨벤션홀에선 휴고보스 아이웨어 파티가 열렸다. 제품 모델인 탤런트 고수가 참석하고, 김민준이 디제잉한 이 파티 역시 2010년 SS시즌 신제품 쇼를 열고 전시 공간을 따로 둬 참석자들이 제품을 착용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파티 디렉터인 이동욱씨는 “브랜드가 여는 파티에는 비즈니스와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돼 있어 즐기는 소비자와 홍보하는 기업이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과도하게 홍보에 치우치면서 “반드시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게 만드는 등 파티가 부담을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클럽도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파티를 기획한다. 리츠칼튼 호텔의 클럽 ‘에덴’은 플래닝팀을 두고 요일마다 다른 컨셉트로 평일 파티를 연다. 화요일은 ‘언타이(UnTie)’, 수요일은 ‘레이디(Lady)’, 목요일은 ‘캠퍼스(Campus)’를 주제로 잡고 각각 직장인·여성·학생은 무료로 파티를 즐기게 한다.

세대에 따른 관심사를 파티 컨셉트에 결합하기도 해 지난달 29일 목요일엔 대학생 사이에 인기인 ‘픽시(FIXIE:Fixed Gear Bike, 변속기어가 없는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파티를 열었다. 이 때문에 이날 클럽 앞에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주차된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브랜드들의 파티 마케팅에 대해 “TV나 인쇄 매체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어 기업들이 새로운 홍보·마케팅 방안을 찾게 됐고, 고객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파티가 그에 적합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온라인상의 인간 관계에 익숙한 젊은 층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사귀는 파티 문화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파티 마케팅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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