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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뉴욕 구석구석의 서점을 누비다 그곳서 다양성과 영감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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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서진 지음
푸른숲, 292쪽, 1만3500원

책. 누구에게는 부담스럽고 따분한 종이 뭉치일 테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 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만 봐도 가슴이 벅차 오르고 황홀해진다”고 말한 저자는 물론 후자에 속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관과 뮤지컬의 도시인 뉴욕이 그에게는 ‘책의 도시’이자 ‘작은 우주’로 보이는 이유다.

책은 소설 『웰 컴 투 언더그라운드』를 쓴 지은이가 3개월간 뉴욕에 머물며 탐사한 맨해튼의 51개 서점 이야기를 담은 여행에세이다. “책을 사랑하는 뉴욕의 괴짜들은 모조리 모아놓은” 유니온 스퀘어의 반즈 앤 노블, 움베르토 에코가 “뉴욕의 가장 사랑스러운 곳”이라고 말한 브로드웨이의 스트랜드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광기’가 느껴지는 곳이란다. 하지만 뉴욕을 더 뉴욕답게 만드는 것은 이런 대형서점이 아니다. 아주 작은 규모인데도 쟁쟁한 스타작가들의 낭독회가 열리고, 주민들이 한 쪽 벽에 소소한 광고 쪽지를 붙이고, 부모들이 일정액의 돈을 맡겨놓고 아이들이 가서 책을 살 수 있는 ‘예치금 제도’가 있는 아담한 동네 서점들이다. 또 추리 장르의 책들만 파는 미스터리 북스토어, 예술가들이 만든 인쇄물을 팔아주기도 하는 곳(The Printed Matters Inc.) 등 ‘다양성’을 끌어안은 작은 공간들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가리켜 “차마 버릴 수 없는 책에 대한 사랑 고백”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은 서점 이야기를 넘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향한 열망이 단단하게 켜를 이루고 있는 뉴욕 문화의 속살을 들춰낸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과 에세이, 서점과 서점 사이의 문화 공간 등 다양한 ‘사이’의 가능성에 주목한 작가의 시선이다. 저자는 발품을 팔아 쓴 생생한 에세이에 상상력을 보태 소설 형식을 가미했다.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독하고 코미디를 하는 ‘오픈 마이크’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가 뉴욕에 매료된 것은 그곳에선 누구나 영감을 찾고, 그것을 서로 주고 받을 태세가 돼있기 때문은 아닐까. ‘미스터리 서점’(The Mysterious Bookshop)에서 만난 할머니 점원이 지은이에게 들려주는 얘기에 ‘뉴욕’이 함축돼 있다.

“생각 외로 숨겨진 서점들이 많답니다. 계속 돌아다녀봐요. 혹시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창작은 작가 내부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아요.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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