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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더 깊어진 부자의 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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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일 밤 11시 EBS에서 방영되는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1993년)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피에 얼룩진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영국 길포드의 한 식당에서 당시 영국과 팽팽한 긴장관계에 있던 IRA(아일랜드공화국군) 주도로 폭탄테러가 발생한다. 무직의 청년 게리 콘론(대니얼 데이 루이스)은 테러의 주범으로 오인 받는다. 게리는 경찰의 협박과 폭력에 못 이겨 허위진술을 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피트 포슬스웨이트)까지 연루되고 제리는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감옥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이전보다 훨씬 강한 유대감이 생긴다. 짐 셰리던 감독은 대놓고 정치적인 주제를 얘기하기보다는, 역사적 비극에 휘말린 부자가 인간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꺾이지 않는 진실의 힘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제4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셰리던 감독의 ‘나의 왼발’(89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연기파로 승승장구하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한창 때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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