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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입양 장려… 엇가는 장애아 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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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달도 채 안된 갓난아기 준수를 지난 1월 입양했던 金모(36.회사원)씨 부부는 7개월 만에 준수를 포기한 아픔을 갖고 있다.

결혼한 지 7년이 되도록 아이가 없어 애태우던 부부에게 준수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를 훌륭한 청년으로 키우자던 꿈은 지난 5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뭔가 행동이 이상한 준수를 데려간 병원에서 '중증 뇌성마비'라는 진단을 내린 것.

"대학병원을 옮겨다니며 정성껏 치료를 시작했지요. 그러나 절망만 더욱 커졌어요.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할 치료비 때문이었지요."

부부는 준수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언어치료.사회적응훈련 등에 월 1백만원 이상은 족히 들어갈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결국 희망을 접고 말았다.

지난 8월 준수를 입양기관에 되돌려준 金씨 부부는 "정부 지원이 조금만 현실화됐어도…"하며 아직도 미련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난해 3월 자원봉사를 하면서 정이 든 생후 두달의 아기(아영)를 입양한 申모(40.여)씨.申씨 부부는 몇달 뒤 아이가 무뇌증 환자로 판명되면서 1년 동안 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申씨는 "서울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남편이 대전에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상경했다"며 "한달에 2백만원 넘게 들어가는 치료비 때문에 모아둔 저금도 동났다"고 안타까워 했다.

버림받은 장애아들의 입양을 장려하는 정부가 그에 대한 지원에는 인색해 생기는 사례들이다.

보호시설에 있는 장애아에 대한 지원비는 월 50만원꼴이지만 입양 후에는 23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입양 후 포기하는 사례가 절반에 이르러 지난해의 경우 18명의 입양 장애아 중 10명이 파양(罷養)됐다.

국내 입양 중 장애아 입양은 전체의 1%대.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 중 25~30% 정도가 장애아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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