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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빈곤의 땅에서 투자의 땅으로 <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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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12~13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동남아프리카 공동시장(COMESA) 연례 투자포럼에서 아프리카의 주요 경제기관 수장과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 가능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세계 52개국에서 온 투자자들이 포럼에 참가했으나 한국 측 투자자는 없었다. [샤름 엘셰이크=이충형 기자]

지난달 12~13일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3회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투자포럼. 이틀간의 행사에 참석한 52개국 중 가장 환대를 받은 사람은 중국 대표단이었다. 아프리카의 경제 지도자들은 중국에 대해 찬사를 늘어놨다. 마무드 모히엘딘 이집트 투자장관은 “중국은 단기간에 기적적으로 기간산업을 일으켰고, 기아 인구를 줄였다”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중국개발은행(CDB) 쩡즈제(曾之杰) 부행장이 “CDB가 지난해까지 240억 달러(약 26조6000억원)를 아프리카에 투자했다”고 밝히자 청중들의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이 행사에 한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주최 측이 한국 기업들에 초청서를 보냈지만 참가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 리처드 스코비 세계은행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한국 투자자의 불참을 아쉬워하며 “투자뿐 아니라 지식경제·건설·교육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은 아프리카에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정부주도형 자본주의 역시 아프리카 실정에 맞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본력과 경제발전 노하우를 겸비한 한·중·일의 투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지난해 아프리카 직접투자(FDI)는 5억8000만 달러.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FDI 총액(304억2000만 달러)은 금융위기 탓에 2008년보다 17.2% 감소했지만 대 아프리카 투자는 107%나 증가했다. 하지만 그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자원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 국제정치 무대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그간 아프리카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이집트의 경우 지난해 한국의 투자액은 440만 달러로 중국(7600만)·일본(1400만)에 비해 턱없이 적다. 중국은 49개 아프리카 국가에 900여 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집트에만 해도 2002년부터 수에즈 운하 주변에 조성되고 있는 수에즈 자유경제구역(SEZ)에 중국의 국영 개발회사인 TEDA가 지난해 3억2000만 달러를 들여 부지를 조성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변압기 생산업체인 시디엔(西電) 등 현재 23개 중국 업체가 입주했다. 2~3년 안에 총 50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곳에 한국 기업은 아직 발을 들이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도 최근 들어선 자원개발 분야에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5일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 아프리카 지역의 첫 투자지원센터를 개설했다. 김신종 사장은 “내년부터는 중부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탐사 지역을 늘려 향후 5년간 중앙아프리카 나라별로 8개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킨샤사 탐사지원센터를 활용해 잠비아(우라늄·동), 모잠비크(유연탄), 나미비아·니제르(우라늄)에서도 자원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48개국에서 271개 광물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이 가운데 10%에 못 미치는 24개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틴 데이비스 프런티어 어드바이서리 경제연구소(남아공 소재) 소장은 “중국에 되팔더라도 아프리카에서 자원과 토지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며 “아프리카는 인류 최후의 프런티어(개척지)”라고 말했다.

글, 사진=카이로=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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