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천안함 해결 없이 6자회담으로 건너뛸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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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는 천안함이 외부 공격에 의해 침몰된 것이 명백해지자 북한의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先) 천안함 사건 해결, 후(後) 6자회담 재개’로 입장을 정리했다. 군함이 폭침되고 46명의 해군 장병이 희생된 엄청난 사건의 가해자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결의를 반영한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 활동에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 해결을 우선한다는 우리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일관되게 강조해온 미 정부로서 그리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텐데도 초기부터 우리 입장을 배려해왔고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는 ‘선 천안함 해결’ 입장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동맹국으로서 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한·미는 혈맹이요 동맹이다. 그런데도 양국 간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현 정부 들어 한·미 간에는 거의 모든 사안에 있어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핵문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등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천안함’ 공조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이 대목에 각별히 유념하여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작 문제는 중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지 3일 만에 김정일을 받아들인 중국의 태도는 분명 우리에겐 실망스러운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한국인들의 분노를 알면서도 김정일을 맞아들여 대대적 환영을 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격앙된 분위기를 정부가 여과 없이 대중국 외교에 투영하는 것은 서투른 처사다.

정부는 김정일 방중이 사전에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정보 수집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으로 우리의 우려를 중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하는 조용하지만 성심을 다한 외교를 펼쳤어야 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을 해야 할 시점인 지난달 중순 주중대사는 사적인 용무로 며칠씩 미국과 서울에 체류하고 있었다. 물론 이미 늦은 상황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라도 중국에 한국의 입장을 충심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사전외교에 실패한 우리 외교 당국은 이를 만회나 하려는 듯이 주한(駐韓)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것도 모자라 통일부 장관까지 가담했다가 중국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다. 그래 놓고는 ‘한·중 외교 갈등설’이 부각되자 이를 진화하려 애를 쓰는 등 허둥대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번 김정일 방중 사건으로 중국의 본 면목이 드러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대라면 보다 치밀한 전략과 기민한 대응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1년 전 한·중 간에 맺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수사(修辭)에 그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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