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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품종·블렌딩 내 마음대로 ‘DIY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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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달 28일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이테이블(e-table)을 찾았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한식을 중심으로 와인·사케·막걸리 등 다양한 주류를 파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정갈한 음식으로 SM 소속 연예인들은 물론 와인 애호가들도 즐겨 찾는다. 이날 저녁엔 SM 직원들의 회식이 열렸다. 이수만 회장을 비롯한 SM 직원들과 김민종 등 소속 연예인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 진짜 주인공은 이수만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공수한 와인이었다.

에모스(Emos)라는 이름의 이 와인은 이 회장이 미국에서 만든 ‘이수만 와인’이다. 와인병 뒤 레이블엔 ‘SOO-MAN LEE’라는 이 회장의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코망드리’라는 와인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한 와인 애호가. 그는 “와인이 숙성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되지만 지인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몇 병만 우선 들고 왔다”고 소개했다.

미국에 포도밭이나 양조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회장이 현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와인 회사 크러시패드(Crushpad)의 ‘맞춤 와인 서비스’를 이용한 덕분이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프랑스 보르도에 보유한 포도밭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와인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포도 품종을 직접 고를 뿐만 아니라 수확부터 발효, 숙성, 블렌딩, 레이블 제작까지 생산의 전 과정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다. 가격은 요구 사항에 따라 병당 20~30달러로 다양하지만 배럴 단위로만 구입이 가능하다.

크러시패드를 통한 DIY 와인이 기존 ‘셀프 와인’에 비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품질에 있다. 질 좋은 포도밭과 전문 양조팀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는 와인이 많다. 이 회장은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대부분 돌아다녀봤지만 이만한 와인을 생산하기가 쉽지 않더라”며 “비용도 연예인들에게 고급 와인을 사서 대접하는 것보다는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DIY 와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혼이나 아이의 출산을 기념하려는 와인 애호가부터 자신의 레스토랑이나 비즈니스에 와인을 활용하려는 기업인까지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의 경우 크러시패드를 통해 만든 와인 ‘플레즐링’(사진)으로 자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플레즐링(fledgling)은 트위터의 상징인 ‘이제 날기 시작한 어린 새’를 뜻한다. 트위터의 창업자인 비즈 스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와인 판매로 거둔 수익은 문맹 퇴치 단체인 룸투리드(Room To Read)에 전액 기부할 것”이라며 “트위터 이용자 중 와인 애호가가 많아 큰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트위터(twitter.com/fledgling)에선 와인 생산부터 테이스팅까지 모든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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