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당 땅 특혜의혹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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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토지의 용도 변경.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땅을 매입한 건설업체는 물론 처리과정에 연관된 한국토지공사.성남시.건교부 등 기관들마다 석연찮은 구석이 드러나면서 총체적이고 종합적 특혜.비리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 업체가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과 함께 배후 비호 세력으로 정치권 실세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제2의 수서 비리' '수서사건 분당판'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용도 변경 과정과 수의계약 매각 과정, 그리고 정치인 개입 여부 등 세 갈래다.우선 상업.업무.쇼핑용지를 주상복합용지로 바꾼 용도 변경부터 예사롭지 않다. 경기도는 성남시의 이 지역 용도 변경 추진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시가 이를 묵살하고 강행했다. 변경 권한이 법적으로 기초단체장에게 있었다 하더라도 이례적인 조치였다.

당초 광역단체장이 갖고 있던 변경 권한이 1999년 2월 기초단체장에게 넘겨진 뒤 불과 몇달 만의 일이었고 그 뒤 2000년 7월 다시 광역단체장에게 환원됐으니 치밀하게 계산되고 준비된 행위였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성남시가 여론조사 내용을 조작해가며 이를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용도 변경도 안된 상태에서 토지공사가 건축 조건을 붙여 땅을 분양한 것도 비정상이고, 땅을 판 토공이 계약 후 성남시에 용도 변경을 신청한 점도 이상하다.

또 포스코개발이 반납한 문제의 정자동 땅 3만9천평을 군인공제회에 매각을 추진하던 토공이 갑자기 법인도 아닌 개인에게 주변 땅보다 헐값에 수의계약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기도록 했으니 특혜 시비가 일지 않겠는가. 같은 해약 용지인, 나산이 반납한 정자동의 5천2백평은 인접지역인데도 경쟁 입찰 방식으로 평당 가격이 두배 가까이 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특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건설업체 주변도 미스터리다. 개인 이름으로 1천억원대의 대규모 땅부터 사들여 놓고 석달 후 회사를 설립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성남시의 용도 변경 추진 시작이 99년 6월(확정은 2000년 4월)인데 한달 전인 99년 5월 계약했으니 사전 정보 유출로 토지 개발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의심받는 대목이다.

더욱이 자본금 3억원의 건설업체가 매입가 1천5백97억원 규모의 땅을 차지한데다 당시 법인 대표가 계약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할 정도였다니 자금 출처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한 대규모 비리 의혹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정치권 실세 개입설도 문제다. 온통 의혹덩어리인데도 이미 조사에 나섰던 감사원.검찰이 전혀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점도 정치권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사건은 유야무야로 덮기에는 의혹이 너무 커지고 구체적이다. 어디든지 칼을 대면 바로 터져버릴 것처럼 곪았다는 느낌이다.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검찰이 나서야 한다.

범죄 확증을 잡은 뒤 수사에 착수하면 너무 늦다. 검찰은 대형 사건마다 시기를 저울질하느라 피의자 도피.증거 인멸로 어려움을 겪고 성과도 미흡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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