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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든 뭉칫돈에 여의도가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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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조8445억원. 삼성생명이 공모주 청약 역사를 다시 썼다.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라는 수식어답게 역대 최대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40.6대 1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도 삼성생명 공모에 밀려든 자금의 규모에 놀라는 눈치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스노볼 효과(한번 인기를 끌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효과)로 각종 대기자금까지 청약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의 부동자금을 숫자로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뭉칫돈 유입=삼성생명의 인기는 청약의 예고편 격인 수요예측 때 이미 감지됐다. 기관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높은 11만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그런 탓에 경쟁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생명 청약 당시 낮은 공모가가 오히려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약 첫날에만 3조1820억원이 들어왔다. 이틀째인 4일에는 16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이날 오전에만 청약증거금이 12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치였던 한국담배인삼공사(KT&G)의 청약증거금(11조5768억원·1999년)을 뛰어넘었다. 삼성카드·미래에셋증권·롯데쇼핑 등 종전의 대규모 청약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갈 곳 없는 돈이 몰린 것도 있지만 삼성생명의 인기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보험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는 다소 높지만 단기 차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세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투자수익 낼 수 있을까=투자자의 관심은 이제 상장 이후 거둘 수익에 맞춰진다. 삼성생명 주식은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상장 주식 수는 2억 주. 시초가는 9만9000~22만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9시에 공모가격(11만원)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가 합치되는 가격으로 정해진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주식 거래에서 주가는 시초가의 상하 15%로 제한된다.

상장 당일부터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27.23%에 해당되는 5445만4666주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중 상당수도 15일~한 달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물량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1억4554만5334주(72.77%)는 6개월~1년간 팔 수 없다.

발이 묶여 있는 주식이 많다 보니 물량 부담은 한결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세중 팀장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6위인 삼성생명을 펀드에 편입할 수밖에 없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환급금 잡아라=청약이라는 대규모 이벤트는 지나갔다. 청약증거금에서 주식대금을 뺀 19조원에 가까운 돈은 또다시 투자처를 찾아 움직일 전망이다. D데이는 청약 환급금이 고객의 증권계좌로 입금되는 7일. 증권사와 은행은 치열한 자금 유치전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는 자금 이탈을 막는 데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다. 청약 고객을 겨냥한 신규 상품을 내놓고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 대안상품에 대한 투자로 유도할 계획이다.

은행 PB센터도 바빠졌다. 신한은행이 7일부터 PB 고객 전용상품 9개를 내놓는 것을 비롯, 하나은행도 채권형 상품이나 PB 고객 전용 사모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상언 신한은행 PM팀장은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고객 중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고객이 상당수인 만큼 이들을 겨냥해 위험을 줄이면서도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만한 틈새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공모주 투자자는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이 자금이 주식시장에 머물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하현옥·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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