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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이유 ③ 세대를 뛰어넘는 명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중앙일보

입력


“이건 우리 엄마가 쓰던 에르메스 가방이야.” 이 말 속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엄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명품에 대해 갖는 이런 자부심은 남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덴마크의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올룹슨(이하 B&O) 매장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중년 남자가 곧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자신이 쓰던 오디오를 선물하고,자신은 새로운 제품을 사러 왔다는 에피소드다. 에르메스 가방의 남자 버전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B&O를 대물림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대물림에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 다음 세대가 물려받아도 무리 없는 ‘디자인’이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B&O가 대물림될 수 있었던 이유도 디자인에 있다.

B&O의 대표 제품은 ‘베오사운드 9000’이다. 이름만 들으면 아리송하지만 ‘긴 오디오 박스 안에 6개의 CD가 늘어서 있는 오디오’라고 설명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출시된 이 CD플레이어는 내부 기술만 업그레이드 되고 디자인은 14년 전 그대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곤 하지만 사실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단지 심플할 뿐이다.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이스는 “단순해서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할 정도다. 바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징이다.

스칸디나비아는 북해와 발트해로 둘러싸인 산악지대의 반도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이 이 반도에 속한 나라들이다. 북극권인 이 지역은 일조량이 적고 추운 기후가 특징이다.

그런 까닭에 이곳 사람들은 긴 겨울을 주로 집안에서 보내며 실내 환경에 관심을 쏟게 됐다. 보다 편리하고 기능적이면서 오랫 동안 집안에 두고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다. 열악한 지리 조건이 오히려 고유의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표방하는 ‘편리한 기능과 질리지 않는 단순미’는 B&O의 디자인에서도 잘 나타난다. 눈에 띄는 특별함보다 주로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느낌이다. 몇 년을 써도 질리지 않는 무난함이 대물림도 가능하게 해준다.

B&O를 유명하게 만든 특징 중 또 하나는 디자인이 기능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베오랩 5’라는 원뿔형 스피커는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구조를 기반으로 디자인됐다. 기능을 활성화하도록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제품의 포장이라 인식하는 보통 가전제품과 차별화 된다. B&O가 세계적으로 산업 디자인의 교과서로 불리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능을 수반한 디자인’은 가진 숨은 매력은 처음보다 제품을 쓸수록 그 가치가 드러난다. B&O 매니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을 더 즐기게 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몰랐던 제품의 디테일과 디자이너의 의도·노력 등을 쓸수록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오사운드 9000의 경우 CD플레이어에 뚜껑이 없다. LP처럼 CD가 플레이 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CD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이 생각보다 예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디자이너의 의도다.

[사진설명]B&O 베오사운드 9000과 베오랩 8000(스피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제공=뱅앤올룹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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