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과자는 생김만큼이나 이름도 소박하다. 하얀 생강가루를 묻혔으면 ‘생강 과자’, 네모꼴로 생겼으면 ‘네모 과자’다.
글=권희진·남형석 기자
삼각지 ‘김용안 과자점’
옛맛 그대로, 그때 그 시절 떠오르네
“부모님 친구분들이 오셨을 때 내놓으면 효녀 소리 들어요.” 김상희(26·서울 압구정동)씨는 집에서 승용차로 30분쯤 걸리는 삼각지 과자점까지 한 달에 두세 번씩 들러 과자를 사간다. 5년 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곳에서 과자를 사갔더니 부모님이 더 좋아하셨단다. 옛날 맛 그대로라는 감탄과 함께. “이거 한번 사다 주니 이것만 찾네요.” 김미정(38)씨가 남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춰주려고 찾는 곳도 여기다. “옛날 맛 그대로” 손님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표현한다.
긴 세월을 거쳤지만, 기본 과자 종류는 생강과자, 부채꼴 과자 등 42년째 그대로다. 8평 남짓한 작은 가게의 내부는 몇 번 바꿨지만, 과자 맛은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다. “우리 손님들은 옛날 맛과 향수를 느끼기 위해 오는 것이니 바꿀 수가 없죠.”
김씨는 이 일을 가업으로 전수하고 싶어 한다. 김씨의 두 아들도 일을 배우며 함께 과자를 굽고 있다. 멀리서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는 한 과자점은 계속될 거라는 것이다. 대를 잇는 건 주인뿐이 아니다. 부모님에게 사다 드리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어린애들 데리고 오는 젊은 부모들도 있다. “내가 아들에게 옛날 맛 내는 법을 전수하듯 손님들도 자식들에게 이 과자 맛을 전해주겠죠.” 02-796-6345.
홍은동 ‘추억을 굽는 가게’
생강·땅콩·김 … 재료 아낌 없이 쓴다
파래를 섞어 만든 ‘세모 과자’는 가장자리 모양이 활짝 핀 부채살을 닮았다고 해서 ‘부채 과자’로도 불린다.
“멀리 강남에서도 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온답니다.” 김씨는 손님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와 한번에 몇만원어치씩 사간다며 자랑을 한다. 옛맛을 잊지 못하는 50, 60대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다. 김씨는 “생강·땅콩·김을 아끼지 않아 향이 좋고 맛도 뛰어나요. 다른 과자들은 이 맛 못 내지”라며 은근한 자부심을 내비친다. 양은을 사용하지 않고 두꺼운 철판으로 과자를 구워내는 것도 비법 중의 하나다. 오랫동안 과자에 열이 전달돼 더 바짝 구워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김씨의 과자는 두툼하면서도 가볍다. 재료가 풍부해 두툼하고 수분이 적어 가벼운 것. 김씨는 “요즘 나오는 건 딱딱한데, 원래 이 과자의 맛은 바삭하게 씹히는 게 일품”이라고 말했다.
“손님은 70~80년대만큼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꾸준히 찾는 손님들이 있어요.”
젊었을 적 전북 고창에서 상경해 땅콩을 볶아 과자점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는 김씨. 그렇게 어깨 너머로 배운 과자 굽는 법을 토대로 74년 현재의 가게를 냈다. 주 종목은 생과자지만 땅콩도 판다. 7년 전에는 딸이 신촌에 분점을 냈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신촌점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요. 내가 뭐랬어? 한번 맛보면 안 빠져들 수가 없다니까….”
TIP 생과자의 열량은?
달달한 맛의 생과자는 과연 몇 칼로리나 될까. ‘추억을 굽는 가게’ 신촌점의 김유강(31세) 사장에 따르면 100g(대략 10개 분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동그라미 생과자 325kcal, 부채과자 307kcal, 생강과자 330kcal이라고 한다. 쌀밥 1공기(210g, 313kcal) 분량이다. 김씨는 “철판에 굽는 제조 방법이라 튀기는 과자보다 단맛에 비해 칼로리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