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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배 고교 야구] 도루하는 포수 강동우 개성고 8강 이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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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성고 전병우(왼쪽)가 6회 말 1사 박세준 타석 때 화순고 포수 심정보가 견제구를 던지자 황급히 2루로 복귀하고 있다. 개성고가 7-4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안성식 기자]

‘포수는 발이 느리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주로 체격이 큰 선수들이 포수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다. 포수들은 무거운 보호장구를 걸치고 경기를 소화하기에 체격과 체력을 우선시했다. 포수가 체격이 커야 투수가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통념도 영향을 미쳤다. 또 포수의 덕목으로 투수 리드와 볼 배합, 그리고 공격력을 중요시하기에 주루 능력은 포수 자질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실제로 포수들은 대체로 발이 느리다.

제4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에는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포수가 있다. 개성고 강동우(19)다.

강동우는 팀의 주전 포수이자 1번 타자다. 키 1m83㎝, 몸무게 84㎏으로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지만 100m를 12초 초반에 끊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주루센스 또한 남다르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도루왕(3경기 5개)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대전고와의 이번 대회 1회전에서도 도루를 성공했다. 공격력도 믿음직스럽다. 김상재 개성고 감독은 “원래 4번을 쳐도 된다. 득점력을 높이기 위해 동우를 1번에 포진했다”고 말했다.

포수 기본 덕목인 투수 리드와 볼 배합 능력도 좋다. 강동우는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16강 화순고전에서 안방마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개성고는 1회부터 위기에 몰렸다. 선발 박세준이 볼넷 2개와 투수 앞 내야안타, 보크, 실책 등으로 내리 3점을 내줬다. 그때 강동우는 마운드에 올라 “마음 놓고 던져라. 결코 내 뒤로 네 공을 빠뜨리지 않겠다”고 다독였다. 이후 박세준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박세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민식과의 호흡도 좋았다. 김민식의 직구와 슬라이더 제구력을 믿고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8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를 합작했다.

김민식-강동우 배터리가 중심을 잡자 타선도 힘을 냈다. 개성고는 0-3으로 뒤지던 2회 2사 1루에서 주하진과 김현일의 연속 안타로 2득점, 한 점 차로 추격했다. 2-3이던 7회 1사 만루에서 노관현의 몸에 맞는 공과 전병우의 2루 땅볼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 3점을 보탠 개성고는 7-4 역전승을 거뒀다. 강동우는 3타수 1안타·1타점, 고의사구 2개로 힘을 보탰다.

최기문(충암고→롯데), 현재윤(신일고→삼성), 하재훈(마산 용마고→시카고 컵스) 등 흔치 않은 고교 포수·1번타자들은 프로에 안착했다. 강동우 역시 프로에서 기량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강동우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더 많이 노력해 좋은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덕수고는 청원고에 7-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덕수고 이석현은 6-0으로 앞선 8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인사이드 더 파크홈런(그라운드홈런)으로 콜드게임 승을 완성했다. 대회 2호 홈런. 충암고는 원주고를 14-4로, 경기고는 제주고를 13-4로 각각 눌렀다. 이로써 8강 대진이 가려졌다. 3일 목동구장에서 휘문고-광주일고, 북일고-대구고, 충암고-개성고, 덕수고-경기고가 4강전을 펼친다.  

글=허진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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