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손뻗는 구글·애플, 삼성·LG 아성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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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세기 최고 발명품의 하나인 TV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인터넷 검색과 스마트폰으로 각각 세계를 제패한 미국 구글과 애플의 최근 TV 시장 진출 움직임은 새삼스러운 화두를 다시 던지게 한다.

‘인터넷이 되는 커넥티드TV의 비중이 3년 뒤 국내 시장의 절반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KT경제경영연구소)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의 잇따른 TV 시장 진출은 세계 TV 시장을 쥐고 있는 삼성·LG 등 한국 업체에 적잖은 도전이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듯이 ‘바보상자’ TV가 쌍방향 소통과 인터넷이 되는 ‘PC 같은 TV’ ‘스마트TV’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오범의 얀 도슨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0일 방한, 한 세미나에서 ‘TV산업은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구글·애플은 TV시장에서 새로운 지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기존 TV 업계는 콘텐트 배급망을 장악하고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구글TV’ 임박=외신에 따르면 19~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TV가 공개될 예정이다. TV와 PC부품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세계 정상이었던 소니와 인텔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TV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일본 소니는 구글과 손잡고 차세대 TV 시장에서 옛 영화를 되찾으려 한다. 모바일 반도체 분야에서 ARM사에 밀리는 인텔도 반전을 꾀한다. 구글은 구글TV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광고를 대행함으로써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TV에서도 검색광고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세계적 부품업체인 로지텍은 구글TV에 검색 기능이 강화된 리모컨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반기께로 봤던 구글TV 공개가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은 애플을 견제하기 위해 서두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애플은 6월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 회사의 차세대 아이폰과 애플TV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07년 애플의 콘텐트 장터인 ‘아이튠즈’를 활용하는 셋톱박스 애플TV를 출시한 바 있다.

또 최근 아이팟·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대만 훙하이가 소니의 멕시코 액정화면(LCD) 생산라인을 인수한 바 있다. 애플의 TV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TV에 적용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 5일 스웨덴 ‘피플오브라바’는 인터넷 검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안드로이드 마켓을 활용할 수 있는 구글TV를 9월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LG의 대응=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3차원(3D) 발광다이오드(LED) TV 7000~9000시리즈는 애플·구글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해 만들었다. 실시간 인터넷 뉴스나 날씨·증권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장착돼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삼성의 TV용 앱 장터인 ‘삼성 앱스’를 내려받아 구동시킬 수 있다. 일부 제품은 PC처럼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3D LED TV에 유튜브 동영상 검색과 시청 기능을 탑재했다. 콘텐트큐브라는 자체 앱을 통해 날씨·생활 정보를 제공한다.

LG전자 오세천 부장은 “머지않아 인터넷 검색이나 파일 다운로드 등이 가능한 TV가 등장할 것이다. LG전자도 올 초 스마트사업개발팀을 발족해 관련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구글 TV 어떻게 만들어지나

● 구글 : 운영체제 (OS) 지원

● 소니 : TV 수상기 제작

● 인텔 : 프로세서 칩 제작

● 로지텍 : 리모컨 등 주변기기 제작
자료 :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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