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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산업화·현대화하려면 표준 만들고 정책적 지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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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요즘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외국인이 많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데도 정체성 없이 아파트 일색인 한국의 주거문화를 꼬집은 말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옥의 현대화가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현대한옥은 전통한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한옥을 현대에 맞게 변형 또는 진화시킨 주택이다. 한옥이 가진 품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업화나 현대화를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한옥은 여러 개의 건축 자재를 조합해 집을 완성하는 조립식 주택이다. 따라서 산업화를 통해 양산 체제를 갖추면 건축비도 낮출 수 있다. 산업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현대한옥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를 고수하는 전통한옥과 달리 현대한옥은 전통한옥을 진화시켜 문화정체성과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현재진행형 주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한옥은 공간·형태·재료 측면에서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도 한옥화를 꾀할 수 있다. 공동주택의 편리성에다 한옥 특유의 여유를 결합한 신주거 상품의 출현은 한옥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옥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법규 개선이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요구된다. 현재의 건축법규는 획일적인 법 적용에 따른 건폐율(땅 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 면적의 비율) 적용의 불리함, 특정 부위에 나무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한옥으로 인정하지 않는 점 등 활성화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현대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세제 지원도 있어야 한옥의 활성화가 이뤄진다.

21세기는 감성을 중시하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 개인의 핵심가치는 중요하다.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현대한옥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도 증대시킬 수 있다. 친환경적인 현대한옥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주거환경을 만들고 문화정체성도 강화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문화 정체성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현대한옥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현수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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