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밭’=김지영 작, 2009년 바이오 현미경 사진전 대상작, 창자 속 창자샘과 술잔세포가 노란 민들레꽃으로 분했다.
한데 또 한 가지. 모두들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무릎 치는 사진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젊은 시절부터 늘 봐오던 것들 아닌가.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 캠퍼스에서 청운의 꿈을 품고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던 시절, 현미경 속에서 지겹도록 봐오던 모습들이었다. 그 많은 의학도와 과학자가 기막힌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나처럼 우연 속으로 흘려버리지 않았던가.
‘개화’=최기주 작, 2004년 대상작, 토끼 귀에 난 여드름을 떼어내 확대 촬영해보니 막 터진 꽃망울이다.
‘스크림 단체 사진’=박한나 작, 2005년 바이오 창의상, 대나무 숯의 단면을 사포로 갈아 확대 촬영. 할리우드 공포영화 ‘스크림’의 가면 같다. 노르웨이 미술가 뭉크의 ‘절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더 욕심을 부리면 현미경 사진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들판에서 묵묵히 자라는 야생화와 풀 한 포기까지, 한민족 혼이 담긴 우리나라 고유한 소리에서 춤사위까지 우리의 자연자원·문화자원을 ‘지적 DB’로 구축해야 한다. 자연과 사회의 조용한 동반, 과학과 인문학의 값진 통섭, 기술과 예술의 아름다운 조화, 동·서양 철학의 화학적 융합이 깃든 한국의 창의유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영성 충북대 교수 (의학박사·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바이오 현미경 사진전은 …
2004년부터 매년 열렸다. 의학과 생물학 분야에 국한했는데도 첫해부터 125점의 응모작이 몰렸다. 지난해엔 284점에 달했다. 보건복지부와 충북도·충북대학교·오송바이오진흥재단 네 군데가 주최하고, 의학연구정보센터 등 12곳이 후원한다. 행사 재원은 주로 충북도가 댄다.
이 사진전은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미경 작업을 하다 우연히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장면을 포착하기도 힘들지만, 이를 사진으로 만드는 과정이 난해하고 과학적 해석까지 필요한 복합 전문 영역이다. 이런 형태의 사진전을 국가가 주관해 장려하는 예도 드물다.
전시회를 초창기부터 주도해 온 인물은 충북대 의과대의 이영성(46) 교수다. 행사 기획에서부터 작품 심사단 구성 등 크고 작은 일을 두루 챙긴다. 근래에는 전자현미경 지원을 받은 초·중등학교 과학교사와 학생들의 응모가 늘고 있다. 응모 열기가 과열돼 응모작 중에 사진을 예쁘게 ‘포샵’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래서 응모작을 일일이 원본과 대조하는 등 심사 과정이 한층 엄격해졌다.
이 교수는 의료정보학 전문가다.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실시간 원격 화상수업, 3차원(3D) 고화질(HD) 영상을 통한 사이버 연구, 교육 융합과 원격 의료 등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의학 과제를 풀어가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과학기술 분야의 부처·기술별 정책 융합에도 힘쓴다. 그가 기획한 ‘마이크로 세계’라는 특별 사진전이 지난 2월부터 6월 말까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제7회 바이오 현미경 사진전’은 6월 작품 공모에 들어간다. 9~10월 충북 제천 국제한방 바이오 엑스포와 오송 국제 바이오 심포지엄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관련 사이트(biomicro.medric.or.kr)에서 공모할 수 있으며, 6회까지의 수상작들을 볼 수 있다. 043-261-2858.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