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기업관, 진심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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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미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브라질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까지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 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었고, 그래서 한국 기업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어디 가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한 애정과 격려가 가득 담긴 말이다.

노 대통령은 인도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우리 기업에 대한 자부심 어린 칭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었다. 기업들로서는 당연히 반길 일이고, 또 고마워할 일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나온 대통령의 찬사에 정작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칭찬은 말뿐이고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부가 추진하는 반기업적 정책이 바뀌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이 독재정부 시절에 권력과 결탁하고, 권력의 특혜를 받기도 하고, 금융상의 혜택을 받으면서 경제를 해왔다"라거나 "권력의 힘을 빌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자와 갈등을 빚어 온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업관의 근저에는 정경 유착, 특혜, 탄압의 이미지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룬 성과는 인정하지만, 그 성과를 이뤄낸 과정과 기업의 노력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지금은 비록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지만 과거 어두웠던 시절의 원죄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말의 상찬 뒤에 깔린 대통령의 이런 부정적 기업관은 그래서 늘 유보적인 칭찬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기업관이 왔다갔다한다. "그 어렵던 군사정권 시절도 견뎌온 기업들이 참여정부에서 투자를 왜 안 하느냐"고 불평했다가 며칠 만에 또 칭찬하니 진심은 무엇인가.

기업인들이 이러한 대통령의 마음을 읽지 못하겠는가. 기업은 여전히 개혁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내비치면서 경제 살리기 동반자로 나서 달라니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기업인의 마음을 잡아라. 그러기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와 부정적 기업관을 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