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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스스로 우상이 된 독재자, 어떻게 무너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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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우셰스쿠
-악마의 손에 키스를
에드워드 베르 지음
유경찬 옮김
연암서가, 368쪽, 1만8000원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쿠데타 세력의 손에 끌려 총살대에 오르면서도 자신이 곧 풀려날 것으로 착각했다. 국민을 감시하는 비밀경찰, 서로 고발하는 사회체제, 자신을 불세출의 영웅으로 우상화한 정치체제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체제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추종자들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그는 부인과 함께 돌바닥에 누운 채로 총탄 세례를 받았다. 1989년 12월25일의 일이다.

이 책은 65년부터 89년까지 루마니아를 철권 통치한 차우셰스쿠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마지막 황제』의 작가인 지은이는 2년간 루마니아 현지를 취재해 이 책을 썼다. 지은이에 따르면 차우셰스쿠는 공산권 독재자 가운데서도 유난스러웠다. 마키아벨리적인 정치 술수와 개인 우상화 때문이다. 그는 경쟁자를 잔혹하게 제거하고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그런 그가 개인 우상화에 빠진 것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영향 때문이다. 71년 평양을 찾았던 그는 북한체제를 베껴와 자신을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차우셰스쿠는 서방도 속였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를 초청해 환대를 하는 정치적인 술수로써 서방세계의 환심까지 샀다. 루마니아의 비참한 실상이 서방세계에 정확히 알려진 것은 차우셰스쿠가 처형을 당한 다음의 일이었다. 지은이는 바로 그 실상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를 우상화한 우스꽝스러운 체제가 어떻게 유지됐고, 어떻게 그토록 갑자기 무너졌는지를 자세히 다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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