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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조명 · 화려한 인테리어…할인점 고급화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밝은 조명과 화려한 인테리어,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진열대, 여기저기 배치된 휴식공간….

지난 4월 개점한 신세계 이마트 성수점의 잡화매장 모습이다. 지난달 25일 개점한 롯데 마그넷 영등포점은 내의매장을 붉은 색으로, 셔츠매장은 파란 색으로 꾸며 분위기를 냈다. 골프용품 매장은 1백50평이나 돼 웬만한 백화점 매장보다 넓다. 전문 판매원이 근무하면서 중저가품은 물론 고가품까지 팔고 있다.

할인점들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인테리어가 수수하고 매장에 종업원이 적은 대신 제품을 싸게 파는 곳으로 통하던 할인점이 최근 백화점 뺨칠 정도로 화려한 매장과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할인점의 고급화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고 말했다.

◇ 백화점 못지 않은 할인점=이마트 가양점의 경우 내외관만 따지면 백화점과 구분하기 힘들다. 1층부터 3층까지를 확 튼 천장에다 휴게공간이 넓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이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이마트는 1998년 청주점 개점 때부터 표준화 작업을 진행해 모든 점포의 외장을 흰색과 노란색으로 통일하고 있다.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조명은 형광등에 반사경을 달아 매장을 한층 밝게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춰 진열대의 높이를 낮췄다" 며 "진열대의 색상도 백색과 상아색으로 밝고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고 설명했다.

각종 편의시설을 백화점 못지 않게 갖추는 매장도 늘고 있다. 최근 개장한 점포들은 아기침대와 수유실을 갖춘 유아휴게실을 두고 있으며 여성들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 등도 기본으로 설치하고 있다. 마그넷 등은 이동 동사무소까지 갖췄다.

매장에 진열하는 상품도 알게 모르게 고급화하는 추세다. 할인점의 특성상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 골프용품.액세서리.가구매장을 두는 할인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까르푸 등촌점에는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 제품을 싸게 파는 매장이 있다.

마그넷 관계자는 "패션.잡화.가전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3%에서 올해는 49%로 줄었다" 고 밝혔다.

고급화와 함께 매장면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할인점의 경우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 2천~2천5백평이었으나 최근엔 3천평 이상으로 커졌다. 한국까르푸가 지난 3월 개점한 목동점은 6천5백평이나 된다.

◇ 할인점 고급화 문제는 없나=적은 비용을 들여 물건을 싸게 판다는 할인점의 취지가 퇴색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형.고급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가게 마련이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롯데 마그넷의 경우 최근 개점한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이 3년 전에 비해 6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외국계 할인점 관계자는 "한국의 할인점이 백화점과 외국 할인점의 중간 형태로 변하고 있다" 며 "매장이 고급화하면 소비자는 쾌적한 분위기에서 쇼핑을 즐길 순 있겠지만 물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 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황의록(경영학과) 교수는 "할인점 업계의 고급화와 대형화는 업계의 지나친 경쟁이 빚은 현상" 이라며 "물량 경쟁에 치중할 경우 유통업계의 부실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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