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국감과 언론사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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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언론사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언론사주 세명이 모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언론국감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조선일보 방상훈(方相勳)사장과 국민일보 조희준(趙希埈) 전 회장은 '재판 영향 우려' 를,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 전 명예회장은 '지병 악화' 를 불출석 이유로 들었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의 한해 업무를 종합 검증하고 감시 감독하는 국회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기능이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출석은 물론이고 진실한 자세로 답변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이자 의무다. 물론 충분한 사유가 있다면 불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병 악화' 는 논외로 치더라도 '재판 영향 우려' 라는 이유는 어딘지 명분이 약하고 군색해 보인다. 구속된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와 여운환씨는 재판을 앞둔 비슷한 입장인데도 연일 국감장에 나와 증언하고 있다. 더욱이 언론사주들은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이란 점에서 불출석은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문화관광부 언론사태 국감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연초부터 시작된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언론탄압 시비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중앙.조선.동아 등 이른바 빅3 신문들은 세무조사를 언론탄압 의도라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조세정의를 강조하는 서로 다른 입장이어서 국민은 국감을 통해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기를 기대해 왔다.

특히 언론 세무조사 첫 공판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모두(冒頭)진술을 통해 "세무조사 이전부터 비판적인 사설.기명 칼럼에 대한 불만들이 여러 경로로 나에게 전달됐다. 세무조사 이후 그런 사설과 칼럼을 쓴 분들과 관련한 부당한 요구가 있었으나 거부했다" 고 밝혔다. 方사장은 "그때 이미 감옥 갈 것을 각오했다" 고 말하기도 했다.

이것은 세무조사가 언론사 길들이기 목적이었으며 정부가 언론사주를 상대로 흥정해 왔다는 폭로와 다를 바 없다.

또 박준영 국정홍보처장은 27일 국감 답변을 통해 올해 세무조사 때 일부 언론사가 정부쪽에 타협을 제의해 왔다며, 方사장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그는 구체적 제의 내용이나 언론사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확인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 이라고 얼버무려 의혹만 증폭시켜 놓은 상태다.

언론탄압 문제는 더 이상 혼란을 주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구나 정부가 언론사주를 상대로 흥정해 왔다는 탄압의 흔적을 제기한 이상 그 구체적 내용을 밝혀 국민적 의혹을 당당히 벗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밝혀야 할 자리가 열리자 이를 피한 듯하니 국민과 독자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언론사주나 정부나 두루뭉수리로 적당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언론사태에 대한 국회 특위가 별도로 구성돼 있는 만큼 국감 후라도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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