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붙는 뒷골목 '주차대전'에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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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관악구 봉천11동에 사는 회사원 김경필(33)씨는 퇴근 후 차를 세워놓을 장소를 찾는 일이 큰 고민이다. 두달 전 집 주변 이면도로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실시된다고 해 신청했지만 추첨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주차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이면도로 구석에 세워놓은 승용차에 주차위반 스티커가 붙기도 했다.

金씨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획을 배정받지 못한 주민들은 어디에 세우란 말이냐" 며 "이런 식의 단속이라면 매달 과태료로 수십만원을 내야 할 판" 이라고 불평했다.

다음달 1일부터 불법 주.정차 단속에 나서는 공무원이 소방관.환경미화원 등으로 대폭 확대되지만 주차 공간은 부족해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제도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단속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서울시는 6백여명이던 주차단속 공무원을 1만7천여명으로 늘려 7월부터 단속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일자 시행 시기를 3개월 늦췄었다.

6월 말 현재 서울시내 주거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63%.산술적으로 65만여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25개 구청 11만5천면에 대해 실시 중인 거주자우선 주차제를 연말까지 시내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구획에 부정 주차하는 차량이나 구획 외부에 주차하는 차량들이 모두 주차위반 단속을 받게 된다.

반면 주차장 확보 작업은 지지부진해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올해 주택가 공동주차장 99곳을 건설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완공된 곳은 7곳에 불과하다.

주거지역 주차장 확보율이 48%인 O구청은 4만여면의 주차 공간이 부족하지만 올들어 내집 주차장 갖기로 32면, 주택가 공동주차장 4백40면 등을 보충했을 뿐이다. K구청의 경우 야간에 개방하는 공공시설 주차장과 간선도로변 야간 주차 공간이 전무한 실정이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실시되면서 낮시간 동안 구획은 텅 비고 주변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붐비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영등포구 당산2동 주택가 이면도로의 거주자 우선 주차 구획은 30% 가량이 비어 있었으나 주변에는 10여대의 차량이 불법 주차를 해놓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시간제 쿠폰을 판매키로 했으나 이를 비슷하게나마 시행하는 구청은 한곳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실시되지 않는 곳에서는 단속의 강도를 낮추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 며 "주택가 공동주차장 확보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 고 말했다.

김성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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