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46명 용사를 보내며 북의 실체를 직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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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친구여, 선후배여, 전우여! 그대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천안함 희생자 46명의 영결식에서 생존 장병 김현래 중사가 낭독한 추도사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46용사들이 가는 길을 배웅하며 전우(戰友)와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 그러나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실행해야 할 때다. 그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북한은 조그마한 틈새라도 비집고 들어와 우리에게 타격을 가하고 해코지해왔다. 천안함 사건도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단정적인 증거가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혐의를 두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정황은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반쪽이요 동포지만 또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한 집단이다. 북한 지도부는 6·25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 전체를 초토화하고 수백만의 인명을 빼앗았다. 전쟁 뒤에도 1968년 1·21 사태,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83년 아웅산 테러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수십 차례에 걸친 어선과 민항기 납치 등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수많은 테러와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지구상 가장 호전적 존재를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압적이고 반인륜적인 가해 집단이었다. 오로지 저들만의 특권을 지탱하기 위해 수십만이 굶어 죽는 것을 방치했고 저들의 권력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기색이 있는 주민들은 가차없이 고문하고, 처형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 지도부를 설득하려 무진 애를 썼다. 온갖 도발과 위협을 인내하며 막대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저들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어떻게든 세계 역사 조류에 동참시켜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애면글면했다. 그러나 우리가 참고 기다리는 동안 저들은 핵무기와 화학무기, 미사일, 잠수함, 어뢰, 장사정포, 특수부대 등 대한민국의 명줄을 노리는 독수(毒手)들을 있는 대로 쟁여왔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현존하는 최대의 위협이란 실체를 보다 분명하게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위협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 출발은 도발에 대한 책임을 단호하게 추궁하는 작업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상정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보다 명확한 증거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겠지만 이미 두 동강 난 함체 자체로도 누구의 소행인지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포함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도발을 뼈저리게 후회토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 지도부의 간담이 서늘해지게 만들어야 제2, 제3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 46명의 영혼이 남긴 시대적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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