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차 헐값 매각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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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우자동차 매각이 1년여 협상 끝에 마침내 타결됐다. 대우차 매각은 우리 경제의 최대 부실요인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며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이로써 지지부진하던 구조조정도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반도체 처리가 여전히 미결이긴 하지만 한 단계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우차의 양해각서(MOU)체결이 헐값매각의 아쉬움 등 모든 문제를 덮는 게 아니다. 매각대금만 해도 20억달러라 하지만 실제 제네럴 모터스(GM)가 대우 인수에 들이는 돈은 신설법인에 투자될 4억달러에 불과하다.

채권단이 우선주로 받게 될 12억달러도 향후 10년 동안 팔 수 없어 대우차 경영이 잘못되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청산은 면했다 하나 과연 '불가피한 선택' 이었다는 설명만으로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기업 인정에 따른 법인세.취득세.등록세 등 각종 세금감면과 GM의 요구대로 판매차량에 대한 특소세 납부까지 유예해줄 경우 역차별 논란도 예상된다.

양해각서 체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닌 만큼 대우차는 본협상까지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위탁관리로 결정된 부평공장은 GM이 약속사항을 성실히 이행할지 의구심이 없는 게 아니다.

정부로선 장기공급계약이 끝나기 전이라도 GM에 넘기겠다는 복안이지만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데다 시설이 노후해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부평공장으로선 생산성 향상과 홀로서기에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고있다.

GM의 대우차 인수로 현대.기아에 르노삼성까지 국내 자동차산업은 3각체제로 다시 자리잡았다. 자동차시장의 빅뱅이 예고되지만 국내시장만 겨냥한, 단순한 하청공장이 아닌 경쟁체제가 확고히 자리잡고 선진기술의 흡수 등 시너지효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마디로 대우 부실은 우리 경제와 기업성쇠의 부정적 자화상이란 측면이 강하다. 마지막 매각을 포함한 대우자동차 처리의 전과정을 백서로 만들어 뼈아픈 교훈으로 삼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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