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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전국] 서울월드컵경기장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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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 광장이 축구경기를 보러 온 관람객과 대형마트를 찾은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 홈페이지(www.sisul.or.kr) 게시판에는 특이한 안내문이 떠 있다. 경영학과, 건축 관련 학과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경기장 시설과 운영에 대한 경영 세미나’를 연다는 내용이다. 김영진 서울시설공단 월드컵경기장사업단 경영팀장은 “경기장 운영 노하우를 묻는 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이 와 이들을 대상으로 아예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며 “선착순 5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5일 첫 세미나를 열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폭주하는 이유는 하나, 즉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94억원의 흑자를 올려 2002년 문을 연 이후 7년 연속 ‘남는 장사’를 했다. 대구·인천·대전 등 함께 지어진 전국 9개 경기장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흑자 비결은 축구·쇼핑·문화를 한 곳에 모으는 퓨전 전략에 있다. 박관선 서울시설공단 월드컵경기장사업단장은 “2002년 대회가 끝난 후 MD(매장구성설계) 용역을 시행해 주변 상권 현황과 최적 업종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며 “이를 통해 당초 계획된 스포츠용품전문점·우체국·문화센터 대신 근처에 없는 대형마트·영화상영관·예식장·스포츠센터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복합 영화 상영관 등의 임대료에는 러닝개런티 개념을 도입했다. 입점 업소의 수입에 따라 임대료가 변하는 방식이다. L마트의 경우 연간 임대료로 92억8700만원을 내지만 수입이 이를 초과하면 초과한 액수의 절반을 추가 임대료로 낸다. 이 때문에 공단 측은 축구 경기 외에도 월드컵몰에 고객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대형 문화행사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페라 투란도트, 아시아송페스티벌 등 대형 문화공연도 수시로 열린다. 2009년 말까지 축구경기 유치를 통한 수입 171억원(209경기) 외에 각종 문화·공연 행사로 40억원을 벌었다. 주경기장은 한 해 40회 정도 활용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축구 경기가 31회(A매치 7회, K-리그 21회, 기타 4회), 문화행사가 일곱 차례 열렸다.

경기장 내 유휴공간, 자투리 시설도 수익사업과 연계한다. 주경기장 관람석의 스카이박스는 경기가 없는 날 각종 워크숍이나 교육장소, 연말 송년회 장소로 대여한다. 지난해 연말 스카이박스에선 102건의 송년회가 열렸다(2008년 70건 대비 46% 증가). 임대료는 룸 크기에 따라 평일 4시간 기준 7만~16만원이다. 최근엔 대기업 신입사원 채용 면접장소로까지 임대한다. 경기장 외곽 공간에 조성한 풋살경기장(미니축구 경기장) 2곳도 평일 2시간 기준 6만원을 받고 있지만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박 단장은 “지방 경기장들도 주변 여건과 기존 시설을 재점검해 퓨전전략을 구사하면 충분히 경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 구장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수입을 올리는 곳은 광주경기장이다. 광주경기장은 지난해 36억원의 흑자를 냈다. 2007년 동쪽 스탠드 하부 6만2000㎡를 개·보수해 들어온 대형마트가 연간 45억8000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1만9000㎡ 규모의 골프연습장도 매년 7억600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 별 이익을 내지 못하던 부산월드컵구장도 빈 공간이던 지하데크 7100㎡에 웨딩뷔페 업체에 임대하면서 지난해 13억원의 흑자를 냈다. 

박태희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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