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격 목표 잡았다… D데이만 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에 전쟁기운이 감돈다. 테러세력에 대한 대규모 응징을 부르짖는 미국민의 감정에 따라 미국 지도부도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필두로 행정부.의회.군 지도자 대부분은 이번 테러를 '전쟁행위' 로 규정했다. 상.하원 합동위원회는 언제든지 선전포고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유엔안보리도 '동시다발 테러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동맹국 지원을 발표해 미국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 임박한 작전과 동맹국 설득작업=현재 전세계 미군은 언제든지 출동할 태세를 갖춘 상태다. 나토도 12일, 나토 참여국 가운데 한곳 또는 몇곳이 외부로부터 공격당할 경우 이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집단방어권을 발동한다는 '워싱턴 조약' 제5항을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국은 걸프전 때처럼 다국적군을 구성해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보호국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다는 방안이다.

또 이슬람권의 반발을 고려, 다국적군에 이슬람국가 병력을 동참시킬 예정이다. 미국이 가장 공을 들인 국가는 파키스탄이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지만 동시에 테러 혐의자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의 입장 표명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국무부 관리들은 파키스탄에 "미국편이냐 아니냐" 라고 다그치며 선택을 강요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12일 파키스탄은 "미국측 입장을 지지한다" 고 밝혔다. 이에 앞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 고위 관리들이 마흐무드 아메드 파키스탄 정보부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 작전 시나리오=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보복 시나리오는 3단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인 빈 라덴의 신병을 확보하는 작전이다. 일부 소식통은 현재 미 정보당국 정예요원들이 빈 라덴의 신병확보 작전에 이미 투입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2단계는 미국 단독으로 테러 지원범의 본거지인 테러기지를 완전히 파괴하는 작전으로 미국민의 감정을 풀어주고 테러집단에 대해 본때를 보여주는 보복이다. 현재 빈 라덴이 은거 중인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는 인도양에서 1천㎞ 가량 떨어진 내륙이다.

이 때문에 B-2 장거리 스텔스폭격기와 함상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로만 공격이 가능하다. 미국은 1999년 코소보전 때도 아드리아해에서 원거리 목표물에 토마호크를 발사했다.

3단계에는 미군이 나토의 도움을 받아 아프가니스탄.시리아.이라크.이란 등지에 있는 테러거점을 외과수술로 도려내듯이 정밀폭격하는 것이다. 즉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 더 이상 테러기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차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이슬람국가가 반발할 경우 확전(擴戰)될 소지가 크고 기독교권과의 문명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메리칸대의 윌리엄 킨케이드(국제관계)교수는 "강공책은 수십년간 미국과 아랍간에 계속된 보복의 악순환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고 우려한다. 군은 현재 태평양.대서양의 미 군사력을 아프가니스탄 인근 지역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에 테러사건 발생 직후 걸프해역 주둔을 마치고 본국 귀환을 위해 인도양을 통과하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전단의 항해를 중지시켰다. 엔터프라이즈는 만일의 경우 걸프해역으로 복귀, 임무교대한 항모 칼 빈슨과 합류할 준비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동맹국과 이슬람권에 대한 정지작업이 끝나는 즉시 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