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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전] 교민·주재원 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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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테러범들에게 공중 납치돼 세계무역센터(WTC)빌딩 남쪽 타워에 충돌한 유나이티드항공(UA)소속 여객기에 한국인 여교수가 남편.딸과 함께 탑승했다가 가족들과 함께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11일 밤(이하 현지시간)까지 뉴욕 거주 한인 40여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세계무역센터 빌딩 북쪽 타워에 충돌한 아메리칸항공(AA) 여객기에도 '이씨' 성을 가진 승객이 8명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한국인 사망자 수가 4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의대 교수인 김지수(34)씨는 11일 오전 8시쯤 컴퓨터회사 부사장인 남편 피터 핸슨.딸 크리스틴(2)과 함께 보스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UA여객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남편 핸슨은 여객기가 무역센터 빌딩을 들이받기 전 휴대폰으로 아버지에게 "스튜어디스가 칼에 찔렸다. 아마 다른 곳으로 납치돼 가는 것 같다" 고 알렸으며 아버지는 곧바로 수사당국에 신고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릴적 부모를 잃었으나 버클리 의대를 거쳐 보스턴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4년 전 결혼했다. 김씨는 남편 출장 길에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83)를 찾아보기 위해 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가던 길이었다.

또 보스턴발 로스앤젤레스행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 탑승객 92명 가운데 '김씨' 성은 없으나 '이씨' 성을 가진 승객 8명이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연방수사국은 승객 중에 포함된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국적을 즉각 확인해주지 않았다.

뉴욕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수사당국은 도착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여객기 승객 가족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국인 10여명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혀 '이씨' 성인 상당수가 한국인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긴급 대책반을 구성해 한인 피해를 집계하는 뉴욕 총영사관과 피해 접수를 받는 뉴욕 한인회에는 "12일 자정까지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한인은 40명이 넘는다" 며 "대부분 무역센터 건물에서 일하는 교포 2세와 유학생" 이라고 밝혔다.

영사관 등에는 실종 신고와 생사 확인 전화가 빗발쳤으나 밤늦게까지 맨해튼 일대의 전화가 불통돼 실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영사관 관계자는 무역센터에서 근무했던 LG화재 주재원 11명 가운데 구본석(42) 뉴욕지점장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LA=신중돈.홍주연.김성태.이준환.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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