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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0.62%P 하락, CD보다 변동성 높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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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호 26면

이달 1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은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당분간 한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을 시사한 김 총재의 발언 덕분에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자동적으로 은행에 내는 대출 이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돈이 단기 자금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한은은 일단 가만히 지켜만 보겠다는 분위기다. 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는 모든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의 문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미시정책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LTV 등의 대출 규제는 금융감독원의 소관이다.

대출 기준 금리의 최근 두 달 움직임을 보니

주요 은행·증권사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 한은이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연 2%)를 조금(0.25%포인트)이라도 올릴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연내에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낸다면 그 시기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생기는 위험 부담이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 된다. 만일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연내에 시장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우리은행 안명숙 어드바이서리센터 팀장은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다면 단기적으로 금리가 낮거나 높다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추세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CD 금리 연 2.88%→2.45%로
현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이 되는 금리는 두 가지가 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2월 도입한 코픽스와 기존에 사용하던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다. 원래 전문가들은 코픽스가 CD 금리에 비해 출렁거림이 덜할 것으로 기대했다. 코픽스 도입을 위한 연구·검토 작업에 참여했던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도입 및 영향’이란 글에서 “코픽스는 CD 유통수익률(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작은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달랐다. 4월 15일 은행연합회가 고시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3.26%로 전달에 비해 0.36%포인트, 두 달 전에 비해선 0.62%포인트나 낮아졌다. 반면 CD 금리는 두 달 전 연 2.88%에서 최근 2.45%로 0.43%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두 달만 놓고 보면 코픽스가 CD보다 금리 하락폭이 더 컸다. 코픽스를 통해 대출금리의 변동폭을 작게 하겠다는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사실상 실패작으로 보인다. CD 금리에 비해 별로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코픽스가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금리 예측도 어렵게 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현재의 코픽스는 지나치게 떨어진 것이라 언젠가 올라갈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면서도 “언제쯤 얼마나 많이 오를 것이냐를 예측하는 것은 솔직히 ‘신의 영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엔 금리 상승기가 닥치면 코픽스가 CD 금리보다 덜 오를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그것도 자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픽스 5월 중순까지 적용”
코픽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외국인들의 동향에도 유의해야 한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는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인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코픽스는 만기가 짧은 CD 금리와 달리 장기 채권 금리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들어 22일까지 2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현재 외국인들이 보유한 한국 채권의 잔액은 총 63조원어치에 달한다. 외국인의 돈이 한국 채권시장으로 몰린 데에는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발생하는 환차익과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값이 오르는 시세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이 조만간 글로벌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도 외국인 자금의 국내 채권시장 유입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말에서 올 초에 들어온 외국인이라면 환차익과 시세 차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상당한 평가이익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값이 많이 오른 채권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싶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영증권 홍정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입장에서 채권 투자의 기대수익은 낮아지는 반면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며 “나올 수 있는 호재도 거의 다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이 한국물에 투자할 유인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만일 외국인이 채권의 ‘팔자’에 나선다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채권 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코픽스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 이정걸 재테크팀장은 “현재로선 다음 달 코픽스 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달 금리가 충분히 싸다고 느낀다면 새로운 코픽스가 고시되는 5월 15일 이전에 대출받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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