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 유료관객 갈수록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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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KBS교향악단 정기회원 중 최고참인 민동필(서울대 물리학과 교수.56)씨는 요즘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객석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5년 전 처음 정기회원에 가입할 때만 해도 유료관객이 대부분이어서 음악을 듣는 태도가 자못 진지했다" 는 민씨는 "KBS교향악단의 경우 사정은 좀 낫지만 다른 민간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 가보면 악장 사이의 박수는 보통이고 분위기도 소란스럽다" 고 아쉬워했다.

국내 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유료관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유일의 심포니 전용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합창석 포함 2천6백석)무대에 서는 교향악단은 KBS교향악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프라임필하모닉.서울팝스.서울심포니.뉴서울필하모닉 등 7개 단체.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20개월 동안의 관객수를 살펴보면 1회 평균 유료관객이 1천명을 넘어서는 오케스트라는 단 한곳도 없다.

KBS교향악단을 제외한 교향악단 대부분의 유료 관객 객석 점유율이 15% 미만이다. 전체 관객이 8백~1천8백명 정도이니 무더기로 초대권을 발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료관객은 10년 전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공연횟수를 봐도 수원.부천.인천 등 수도권 시립교향악단의 서울 나들이가 뜸해졌다. 신생교향악단인 프라임필하모닉.뉴서울필하모닉.강남교향악단이 새로 가담해 좀 풍성해 보일 뿐이다.

초대권은 잠재적 관객을 끌어들여 교향악에 대한 취향을 형성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유료관객의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객석이 텅비어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연주 분위기를 북돋우기는커녕 망치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용 면에도 '협주곡의 밤' 과 구분하기 어렵다.

유료관객 또는 정기회원이 점점 발길을 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해결책은 정기회원의 확충이다. 정기연주회(subscription concert)란 연간 프로그램.연주자를 미리 알려준 다음 정기회원에게 연회비를 받는 예약 제도를 가리킨다. 외국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정기회원을 포함한 유료관객이 청중의 90% 이상을 넘는 게 보통이다.

대중화의 뿌리인 정기회원 개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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