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석훈 국립극단 첫 '햄릿'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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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98년 TV드라마 '홍길동' 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석훈(29.사진)이 '고뇌하는 지성' 햄릿으로 변신한다. 김석훈은 9월 7~1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햄릿' 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국립극단의 51년 역사상 첫 '햄릿' 공연이다.

연극인들은 흔히 한국 연극사를 장식한 '정통' 햄릿 계보를 김동원(85)-유인촌(50)으로 친다. 비록 몸 담았던 단체는 달랐지만, 연기가 발군이었기 때문에 둘의 라인업에 이견이 없었다. 그 뒤를 누가 이을까.

만약 김석훈이 그런 영광에 욕심이 있다면, 이번 '햄릿' 공연은 그에겐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동원은 98년 국립극단 입단 초년생인 김석훈에게 "햄릿을 꼭 한번 해보라" 며 '3대 햄릿' 에 대한 권유 겸 낙점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그 역에 뽑혀서 연습에 들어가니 햄릿으로 거듭나기가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김석훈은 "한달이라는 짧은 연습기간 중 방대한 양의 대사( '햄릿' 은 두시간 동안 거의 주인공의 독백으로 채워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를 외우려니 진땀이 난다" 고 실토했다.

국립극단 배우로 출발해 지금은 TV나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뛰다보니 '친정 나들이' 가 여간해선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햄릿 김석훈' 의 외형적 조건은 선배들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부족하진 않다. 1백82㎝의 훤칠한 키에 그리스 조각상처럼 잘 다듬어진 몸매는, 김동원이 늘 되뇌던 '젊고 날렵하며 날카로운 햄릿' 의 전형적 타입에 걸맞다.

김석훈은 "그런 햄릿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솔직히 두렵다" 고 말했다. 결국 3대 햄릿으로 '뜨느냐 추락하느냐' 의 문제는 그의 자신감에 달렸다.

정진수(성균관대 교수)가 번역.연출하는 이번 '햄릿' 은 오랜만에 맛보는 '정통 연극' 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 의미는 다소 모호하지만, 재해석.재창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김석훈 외에 중후한 목소리의 이호재가 햄릿의 숙부 클로디우스로, 양금석이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로 출연하며 햄릿의 애인 오필리어에는 김석훈의 입단 동기인 계미경이 발탁됐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 02-2274-3507~8.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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