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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점심도시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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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Q) 중 ·고등학교를 다닐때 점심시간에 친구 도시락 반찬을 뺏어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각나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북한에서의 도시락 문화는 어떤가요. 최유석(34 ·서울 성북구 안암동)

(A) 북한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도시락' 이란 말을 쓰지 않아요. 일본말인 '벤토' 를 주로 사용하지요.

일부는 문화어(북한 표준어)로 정착된 '곽밥'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나 직장이 가까운 사람은 점심시간에 집으로 가 밥을 먹기도 하지요.

구내식당이 있는 직장은 거의 드물며 외무성을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만 남한처럼 자체 구내식당을 가지고 있지요.

인민학생은 주로 인근 학교에 배정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주로 집에서 밥을 먹고 고등중학생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지요. 학교에 급식시설은 없어요.

남한과 마찬가지로 도시락 준비는 가정주부의 몫입니다.

탈북자 金모(35.주부)씨는 "내일 도시락 반찬을 무엇으로 장만하나 하는 것이 가정주부의 고민거리였다" 고 전합니다.

주부들은 도시락 반찬을 농민시장에서 준비하는데 가족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고 싶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도시락은 보통 입쌀(흰쌀)과 잡곡을 5대5로 섞지만 식량난 이후에는 거의 옥수수에 입쌀을 조금 섞은 옥수수밥으로 준비하지요.

반찬은 주로 김치나 된장 등이고 여유있는 집에서는 멸치나 계란을 담기도 합니다.

반찬이 좋은 도시락은 주위로부터 '공격 대상' 이 돼 뚜껑을 열자마자 동나기도 합니다.

탈북자 李모(20)씨는 "고등중학교에서는 친구 도시락을 몰래 훔쳐먹고 빈곽만 남겨놓아 서로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고 전합니다.

도시락하면 한번쯤 떠오르는 것이 도시락곽에서 반찬물이 새나와 가방이 온통 뒤범벅된 기억일 것입니다.

북한 주민도 도시락을 들고 가다 이런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요.

도시락을 가방에 수평으로 놓고 직장 도착 때까지 이를 유지하려 무척 애를 쓴답니다.

형편이 좋은 주민은 외화상점에서 아예 중국.일본산 도시락을 구입해 사용하지요.

탈북자 崔모(40)씨는 "북한산 가운데도 평양시 창광상점에서 파는 알루미늄 도시락이 있다" 며 "이것은 반찬곽이 고무로 처리돼 반찬물이 새지 않는다" 고 전합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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