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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인디'를 끝내며…음악인 대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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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헤이 인디'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관계자들이 모여 인디 음악의 현황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라잉넛 기타리스트 한경록씨,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씨, 델리 스파이스 기타리스트 김민규씨와 인디 레이블 드럭 대표 이석문씨, 마스터 플랜 대표이자 대중음악비평가인 이종현씨가 참가했다. 인디 음악에 대한 본지의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자=크라잉넛의 새 앨범이 인디 사상 최다 판매 기록 갱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최근 인디 뮤지션들이 약진하고 있다.

▶한경록=인디 음악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졌다. 신기한 문화적 현상으로 보던데서 벗어나 음악 자체를 이해하고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크라잉넛의 경우 7년째 클럽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런 장기 공연이 매니어층 형성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이석문=최소한 이 자리에 멤버가 참석한 밴드들의 경우 상당히 대중에 다가갔다고 본다.

▶이성우=최근 낸 노브레인 2집은 발매 한달 만에 2만여장이 팔렸다. 1집보다 상당히 나은 상황이다. 음악적으로 대중과 공감하려는 시도를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사회자=어려운 점이 아직 많은데.

▶이석문=특히 지방 밴드들은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다. 유일한 활동 무대인 클럽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서울로 진출한 밴드도 성과가 거의 없다.

▶이종현=힙합의 경우 마스터 플랜 등 인디 레이블을 단순히 오버로 진출하기 위한 통과 장치 정도로 생각하는 신인 가수들도 많다.

▶김민규=레이블과 밴드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밴드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수많은 기존 가요계 가수.기획사와 다를 게 없다.

▶사회자=방송 출연도 많아졌고,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한 홍보도 늘었다. 인디 정신과 어긋난다는 지적은 없나.

▶이성우=인디 뮤지션의 경우 공연 외에 홍보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다. 보다 적극적인 매체 활용이 필요하며 케이블 채널을 통해 홍보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한경록=초창기엔 방송 출연 자체를 배타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공연을 볼 기회가 드문 지방 팬들에게는 우리를 직접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방송이 필요하다. 인디 음악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서도 그렇다.

▶사회자=최근 대중음악 현실과 관련해 매체 특히 방송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이종현=언론 매체들이 연예와 음악을 구분하지 않는 게 문제다. 사실 인디 음반이 안팔리는 게 아니다. 크라잉넛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이들보다 음반이 훨씬 안 팔리는 가수들을 매체들은 더 대단한 것처럼 다룬다. 매체들이 있는 그대로만 평가만 해줘도 인디 음악을 둘러싼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음반 판매 순위라도 있는 그대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석문=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중적으로 알려진 밴드들이 더 알려져야 하고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인디 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활성화할 것으로 본다.

▶이성우=최근 일본 공연에서 일장기를 찢은 사건에 많은 매체가 관심을 보였다. 이같은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민규=방송 출연을 놓고 밴드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음반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석문=대중음악은 영화 못지 않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장기적으로 해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도 대중음악 전반은 물론 특히 인디 음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민규=우선 음악을 쉽고 저렴하게 녹음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되면 좋겠다.

▶이성우=각 도시마다 밴드들이 일상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야 한다. 공짜 공연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이종현=음악을 즐기는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경록=인디건 오버건 결국은 음악이 좋아야 한다. 음악을 잘 만들고 독특한 색깔을 유지해야 한다. 많은 대중음악 매니어들의 격려를 기대한다.

사회.정리=최재희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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