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믿고 마구 뛰다가는 발바닥 찢어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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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이 발생한 환자에게 PRP 시술을 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제공]

날씨가 풀리면서 운동화 끈을 바짝 조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 몸이다. 운동 부족에 겨우내 늘어난 체중이 발목을 잡는다. 봄철에 속출하는 질환이 족저근막염이다. 발바닥 아치를 이루는 근막이 손상되면서 걸을 때마다 통증이 엄습한다. 겨울에 짧아졌던 근막이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충격을 받아 미세하게 찢어지는 것이다.

발바닥 지지층이 얇아져 통증 유발

족저근막은 직립보행을 하며 발달한 기관이다. 발바닥의 스프링 역할을 하는 근막이 발로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해 발목은 물론 무릎·고관절을 보호한다. 근막은 종골(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해 발바닥 앞쪽으로 5개의 가지를 뻗은 두껍고 강한 인대.

족저근막염은 이 인대 조직이 미세하게 손상을 입으면서 염증을 일으킨 질환이다. 근막의 구성 성분인 콜라겐이 변성돼 딱딱해지고 주변 조직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과거엔 족저근막염은 폐경기 여성 질환이었다.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발바닥의 지지층이 약해지는 탓이다. 특히 보험설계사·교사 등 오래 걷거나 서 있는 직업에 많았다. 근막에 걸린 과부하가 질환을 부추긴다는 것.

하지만 최근 등산·달리기 등 과격한 스포츠 인구가 늘어나면서 남성과 젊은 층에서도 족저근막염이 늘고 있다. 축구선수 박주영,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도 족저근막염을 앓았다. 체중 증가, 그리고 아치가 낮은 평발도 족저근막염의 한 원인이다.

연세사랑병원 족저근막염 클리닉에서 3년간 족저근막염 환자 600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7년 남녀 비율이 17대 83에서 2009년 49대 51로 남성 환자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2009년의 경우 10대 환자(14명)를 포함, 30대 이하 환자가 176명으로 전체 421명 중 25%에 육박했다.

체외충격파 등 비수술요법 각광

증상은 대부분 발뒤꿈치 앞쪽 또는 안쪽에 나타난다. 특히 기상해서 아침에 첫 발을 내디딜 때 통증을 호소한다. 이는 장시간 사용하지 않아 짧아진 족저근막이 갑자기 체중을 실었을 때 자극을 받기 때문.

문제는 웬만한 통증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족저근막염이 만성화하면 무릎·엉덩이·허리 통증까지 유발한다. 발이 아프다 보니 걷는 자세가 흐트러지고, 한쪽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실리기 때문이다.

진단은 환자의 병력과 신체 검진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조금 다르거나 치료에도 호전이 안 되면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를 활용한다.

치료 초기에는 한두 주 안정을 취하며 소염진통제를 복용한다. 이때 스트레칭도 병행한다. 하지만 걷기가 불편할 만큼 증세가 악화됐다면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치료는 족저근막을 절개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최근엔 비수술 요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치료법이 체외충격파다. 염증 부위에 충격파를 줘 통증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새 혈관을 생성시켜 손상된 족저근막을 회복시킨다. 관련 논문에선 80%정도의 치유효과를 보인다. 주 1회씩 30분간 총 3회 시술한다.

여기에 최근 PRP(혈소판 풍부혈장) 주사요법이 소개됐다. PRP 주사는 혈소판을 5배 농축한 혈액 조직. 환자에게서 채취한 혈액(20~40㏄)을 원심 분리해 주사한다. 혈소판에 들어 있는 PDGF, TGF. EGF 등 성장인자가 세포 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및 신생 혈관을 재생시킨다는 원리다.

연세사랑병원 족저근막염 클리닉 통계에 따르면 PRP 주사치료를 받은 족저근막염 환자 30명 중 25명(80%)에게서 통증이 줄고, 염증치료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김용상 과장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 두 치료법을 병행할 수도 있다”며 “PRP는 족저근막염 외에도 아킬레스건염이나 발목 인대, 연골 손상 치료에도 두루 사용된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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