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 마구잡이 새순 채취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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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 군락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묘목업자와 산림조합 등이 나서 마구잡이로 새순을 채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전북 남원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바래봉에는 전국의 화훼.묘목 업자들이 3~5명씩 떼를 지어 몰려와 새로 돋아난 철쭉나무의 순을 함부로 꺾어가고 있다.

이들은 새순을 1~2년 키운뒤 한그루당 2천~3천원씩에 화훼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쭉은 4~5월에 꽃이 피었다 지며 6월말~8월에 새순이 돋는다. 이 새순을 7월말 이후 자르면 다음해 꽃몽우리가 생기지 않는다.

지난달 29일에는 이모(55.완주군 봉동읍)씨가 동료 묘목업자 6명과 함께 새순을 따다 산림감시원에게 적발됐다. 이들은 당시 10포대(1포대 40㎏짜리)분량의 새순을 채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달 1일에도 모 산림조합 직원 10여명이 철쭉 순을 꺾어 가다가 적발됐다.

대부분의 채취꾼들은 이 과정에서 가지를 상하게 하고 심지어는 내년에 개화예정인 꽃몽우리까지 훼손하고 있다.

남원시는 최근 3명의 공익요원을 바래봉 철쭉 군락지에 배치해 특별감시에 나서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지역이 넓어 애를 먹고 있다.

한편 지리산 바래봉 1백20여㏊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철쭉 군락지가 형성돼 매년 4월말~5월말이면 바래봉 철쭉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70여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남원시 관계자는 "현재는 새순을 따다 적발되면 '내년 봄에 채취한 만큼의 묘목을 심겠다' 는 각서를 쓰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며 "그러나 앞으로 산림관리청과 합동단속을 벌여 산림법의 관련규정(국립공원 안에서 나무를 훼손할 경우 5년이하 징역이나 1천5백만원이하의 벌금)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고 말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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