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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언론이 정치 희생물 될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요즘 우리 사회는 색깔론과 지역주의 잣대로 사람들을 편가르기 일쑤다. 지식인들조차 '홍위병' 이니 '문화권력' 이니 하는 험한 용어를 동원해 편가르기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내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감정지향적 발상이다.

민족의 사활이 걸린 남북문제를 놓고 여야는 철천지 원수처럼 대립하고 있다. 국론분열이 이런 실정인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우리의 통일을 도와주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당사자들이 진흙탕에서 줄기차게 싸우는 모습은 남들에겐 좋은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세무조사 등 작금의 언론문제도 국론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부 신문.방송사까지 끼어들어 편 가르기를 부추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쟁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언론이 정치의 희생물이 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어떤 형태의 모임에 나가더라도 편 가르기가 만연해 자칫하다간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대화조차 거부하는 것은 감정지향적이고 전체 지향적인 의사소통의 행태다.

상대방을 단계적으로 설득하면서 자기 생각과 주장을 이해시키는 부분 지향적인 의사소통의 양식이 정착될 때 편 가르기식 투쟁은 사라질 수 있다.

이제 정부.정치권.언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편 가르기식 소모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힘을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써야 한다. 내부에서 '적' 을 찾는 우(愚)를 범하지 말고 외부의 '적' (일)을 찾아 매진해야 한다.

박명석 <단국대 교수 인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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