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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말싸움·편가르기 개선책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TV 토론 프로그램이 왜 말싸움과 편가르기로 흐르기 쉬우며 그 개선방안은 없는가.

한국언론재단의 유선영 연구위원은 TV 프로그램 비평 전문지인 『프로그램 / 텍스트』(한국방송진흥원) 4호에 '말의 간섭 : TV 토론 프로그램의 본원적 양가성(兩價性)' 을 기고했다.

유위원은 "한국의 TV 토론 프로그램이 말싸움과 편가르기에 그치는 이유는 주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당사자의 출연을 선호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또 논리(글)를 감정(말)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TV 토론의 근본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TV 토론 프로그램은 언론사 세무조사 등 이슈를 다루면서 사상 유례없이 높은 시청률(KBS1 '심야토론' 의 경우 10.9%)을 기록했다. 그런 만큼 시청자들의 비판도 날카롭다.

지난달 28일 KBS1 '심야토론' 에서 '법치후퇴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가 방영됐다. 그 뒤 인터넷 사이트의 시청자 게시판엔 천정배(민주당).김용균(한나라당)의원, 황태연 동국대 교수 등 출연자들이 주제에 대한 토론보다는 친정부와 반정부로 나뉘어 감정적 대결을 벌였다는 비난의 글이 수백 건 올랐다.

유위원은 토론자들이 한 집단을 대변하는 전사(戰士)의 역할을 떠맡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사가 돼야 하는 사람이 토론에 나설 경우 "시청자들로부터 '졌다' 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토론은 아무 결론 없이 난장판으로 끝난다" 고 분석했다.

반면 심야토론의 '국정 4대 개혁' (5월 12일)은 정치인을 빼고 국정에 책임을 직접 지지 않는 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만 참석시켜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유위원은 MBC '100분 토론' 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100분 쇼' 로 통한다고 밝혔다. 또 "TV 토론 프로그램이 '말싸움' 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해프닝이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로 웃긴다' 는 비웃음을 산다면 여론 주도층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확인시켜 주는 게 아닌가" 라고 반문했다.

그는 "주제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인물이 출연하면 시청자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훨씬 폭넓고 객관적인 해석을 들을 수 있다" 며 제작진이 패널을 선정할 때 가급적 시청률을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 '심야토론' 의 담당 PD인 김찬규 차장은 "진지하기만 하면 시청자들이 보지 않기 때문에 때론 뜨겁게 밀어붙이는 말싸움을 유도하기 위해 정치인 등 당사자들이 나와야 한다" 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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