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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6개 건설계획에 경북이 '시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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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북지역이 댐 건설을 놓고 온통 시끄럽다.

댐 건설 후보지역 주민들은 저마다 ‘댐 건설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 댐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생활 ·농업 ·공업 용수난 해결과 가뭄 ·수해 조절을 위해 2011년까지 전국에 12개 댐을 건설키로 하고 최근 후보지 12곳을 발표했다.이 가운데 경북지역에 절반인 6개의 댐을 만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반발=지난 29일 영덕군 달산면 옥계계곡에 달산면민 6백여명이 모여 댐 건설 반대시위를 벌였다.상옥댐이 들어서면 경치가 빼어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옥계계곡이 수몰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4일엔 영덕군 영덕읍내에서 군민 1천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옥댐 건설반대 범군민대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오십천 상류에 상옥댐이 건설되면 포항·영덕지역 휴양지인 옥계계곡이 사라지고,강 하류인 강구항의 물도 줄어 ‘대게’ 산지라는 이미지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김천의 감천댐 건설에 반발하는 주민들도 26일 부항면 부항초교와 시청 앞에서 8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댐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화북댐이 건설될 예정인 군위군 화북면 주민들도 지난 6월 중순 집회를 열었고 지난 16일엔 건설교통부를 항의 방문했다.주민들은 오는 28일 다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댐이 들어설 지역인 영주(송리원댐) ·상주(이안천댐) ·울진(속사댐) 주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발은 고향마을이 없어진다는 정서 측면 이외에도 댐이 들어설 경우 안개로 일조량이 줄면서 농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댐 상류쪽은 대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축산업은 물론 농사짓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수몰지역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더라도 액수가 적어 다른 곳에 새 집을 짓기가 어렵고,그나마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고 나면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댐 물 가운데 상당량이 인근 도시에 공급될 예정이라는 점도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주민들은 “왜 다른 지역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우리가 희생돼야 하나”며 반발하고 있다.

군위 화북댐 건설반대투쟁위원회 장도환(68)위원장은 “군위군의 유일한 자산이 물”이라며 “댐이 생기면 하류가 피폐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상옥댐 건설 반대투위 주중호(43)위원장도 “상옥댐 건설은 위로는 옥계계곡과 아래로는 오십천을 모두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댐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은 지역별로 토론회 ·집회,국회 ·정부 항의방문 등 강도높은 투쟁계획을 세우고 있어 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자체 입장=해당 시 ·군들도 주민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다른 지역의 용수 확보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희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지역에 댐 후보지가 몰려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물 수요예측을 다시 해 댐 숫자와 규모를 줄여 달라고 최근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 긍정론

용수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댐을 더 건설하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확정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는 물 절약운동을 펴고 지하수 등 대체 수자원을 개발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낙동강 권역의 경우 현재 연 1천8백만t의 물이 부족하고 2006년엔 8천2백만t,2011년엔 6억9천5백만t이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북지역에 댐을 예정대로 세우더라도 연 1억1천5백만t이 부족해 소규모 용수전용댐을 추가로 만들어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수자원개발과 안시권 서기관은 “물을 최대한 절약한다 하더라도 10년뒤 전국의 물 부족량이 18억t에 이를 것이란 게 학계 ·환경단체 등의 분석”이라며 “댐 건설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반대론

대구 ·포항 등지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댐 건설은 공급 위주의 정책인 만큼 수요관리 체제로 전환하면 엄청난 돈을 들여 수많은 댐을 만들지 않아도 될 것이란 주장이다.

물 절약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낡은 수도관에서 새는 물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댐 숫자만 늘리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란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사무처장은 “정부의 물 부족 예측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90년 만의 가뭄을 핑계로 쉽게 댐 건설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댐 건설은 환경·주민정서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종합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 농업 ·산림 ·가뭄 등 관련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물 관리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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