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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장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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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찾아가려면 길을 모르는 사람도 위치확인시스템만 있으면 걱정하지 않는다. 위치확인시스템 창에 '63빌딩'을 입력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길을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이제 위치확인시스템은 생활 속의 일부가 됐다.

위치확인시스템의 핵심은 지상 2만2000㎞에 떠 있는 24기의 미국 군사위성이다. 이들 위성이 없다면 지상의 위치확인용 단말기, 길 안내 휴대전화 서비스 등은 전혀 가동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어느 날 이 위성시스템의 암호를 변경하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간인들 뿐 아니라 선박.항공기 등 사회 각 분야에 엄청난 혼란과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대항하기 위한 유럽.러시아.일본 등 각국의 독자적인 위성망 구축 경쟁이 뜨겁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으로, '갈릴레오'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위성의 숫자는 30기로 2008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유럽연합측은 예상하고 있다. 첫 시험 위성은 내년 말께 발사된다. 이어 최소 시험 단위인 4기까지 잇따라 발사해 성능을 평가한 뒤 나머지 26기를 집중적으로 우주에 올릴 계획이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위성망에 장애가 발생한다든가, 주파수에 문제가 있다는 등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양측은 수차의 협의를 통해 갈릴레오와 미국 위성망을 일반인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데 합의를 본 상태다.

현재 미국 위성을 이용하고 있는 전세계 민간 위치확인시스템 이용자들은 빌딩 숲이 많은 도심에서는 정확한 위치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빌딩에 위성이 가리기 때문이다. 충남대 전자공학과 이상정 교수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려면 최소 4기의 위성에서 내려보내는 신호를 동시에 수신해야 하지만 도심에서는 그 확률이 55% 정도밖에 안 된다"며 "미국과 유럽의 위성망을 한꺼번에 이용하는 시대가 되면 그런 장애는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위치정보 제공용으로 3기의 준천정위성을 개발하고 있으며 2008년에 첫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의 위성망을 보완하자는 전략이다. 즉,3기 중 1기는 항상 일본 상공에 위치하도록 하고, 나머지 위성은 미국 위성의 정보를 활용한다. 미국 위성을 도심에서 한꺼번에 4대를 동시에 이용하기 어려운 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GPS 수신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동시에 4기의 위성 신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러시아는 재정 문제로 현재 9기의 위성으로 위성망을 가동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24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삼각 측량이 위치 확인 원리=측량할 때 두곳의 위치를 알면, 그 두 곳에서 보이는 어떤 한 지점과의 거리는 자로 재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GPS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GPS에서 알고 있는 두 지점은 위성이며, 알고자 하는 위치는 GPS수신기를 들고 있는 곳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항행학회 김인석 회장 "GPS, 산업 전분야로 확대…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앞으로 위치확인시스템의 용도는 군사 분야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로 급속하게 확대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각국의 위성망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항행학회 김인석(경희대 교수.사진) 회장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위성을 개발해 발사하는 것은 효율이 낮기 때문에 외국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유럽연합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뛰어든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중국 등 주변국과 공동으로 위성망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돈은 적게 들이고 안보 문제 등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독자적인 위성망 구축에 나서는 것은 기술.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려는 의지"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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