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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경기 풀려 재입사땐 특별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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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요즘 자고 일어나면 들리는 게 기업들의 감원소식이다. 경기둔화 국면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살아남기' 본능이 발동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 올들어 미국 기업들의 감원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전략적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한다.

당장 인건비 몇푼을 줄이는 차원의 감원이 아니라 호황기에 재고용까지 내다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원도 이젠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 줄 잇는 해고=시장조사업체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미국에서 해고된 인력은 77만명으로 지난해 연간 수치(61만4천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1990년대 들어 가장 해고가 많았던 98년보다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주요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해고자수는 더욱 불어나 올해 전체로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형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의 경우 올들어 1만9천명을 감원한데 이어 추가로 1만5천~2만명을 감원할 방침이라고 24일 발표했다.

◇ 어떤 해고전략이 동원되나=일부 기업들은 해고 대상 직원들을 매몰차게 내모는 대신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언젠가 인력이 필요할 때 해고자들을 쉽게 재고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은 해고대상이 된 직원들에게 경기가 좋아져 18개월 내에 재고용할 경우 7천5백달러의 특별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찰스 슈왑 부부는 사재를 털어 1천만달러의 교육기금을 조성, 해고된 직원들이 원할 경우 2년간 최대 2만달러의 학비를 보조키로 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경우 해고된 직원들이 원할 경우 회사와 관련된 비영리 봉사단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알선해 주고 있다. 봉급은 기존의 3분의 1만 받는 대신 의료보험 등 복지혜택과 스톡옵션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이 회사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올해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정보기술(IT)기업들은 감원규모를 줄이는 대신 미국 독립기념일(지난 4일)이 포함된 이달 첫주 내내 전직원이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똑같이 감원을 하더라도 떠나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배려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향후 기업의 성장에 매우 다른 영향을 미친다. "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1백대 기업의 77~93년 중 감원효과를 분석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러브와 니틴 노리아의 지적이다.

생각하고 감원한 기업의 주가는 경기 사이클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돌아설 때 평균 주가상승률에 비해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경기상황에 쫓겨 무작정 감원한 기업들의 주가는 매우 저조했다는 것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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