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서 반덤핑 관세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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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면전은 피해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지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두 나라 사이에 얽히고설킨 무역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양국 정상회담을 전후해 또 한 차례 국지전을 벌였다. 산업 파급력이 큰 철강제품을 둘러싸고서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미국산 전기강판에 대해 최고 64.8%의 반덤핑관세를 물린다고 발표했다. 관세율은 기업별로 다른데 미국의 주요 전기강판 수출업체인 AK스틸과 앨러게니 러들럼 제품에 대해선 각각 7.8%와 19.9%가 부과됐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들에 대해선 64.8%의 관세가 매겨졌다.

이들이 미국에서 파는 가격보다 싼값에 중국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중국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조치는 16일부터 적용된다.

중국 상무부는 상계관세도 함께 물렸다. AK스틸에 11.7%, 로듐엔 12%가 부과됐다.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만큼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세를 내라는 뜻이다. AFP통신은 “중국이 특정 해외 생산품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한꺼번에 물린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는 1년여간의 조사를 통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점이 묘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중국산 강관 제품에 30~9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중국에 취한 무역 제재 중 가장 큰 규모다. 유정용 강관은 유정(油井)을 파거나 유정에서 기름을 뽑아올리는 데 사용하는 강관이다. 최근 미국에선 유전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이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중국의 반덤핑관세 부과는 노림수가 있는 조치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양국의 무역 분쟁은 지난해 9월부터 불을 뿜었다. 지난해 9월 미국은 중국산 타이어에 최대 3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2주일 후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에 대해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이 중국산 리본에 23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양국의 분쟁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은 현재 음반·영화 등 문화상품 분야에서도 마찰을 빚고 있다.

김영훈 기자

◆상계·반덤핑관세=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수출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한 데 대해 물리는 관세다. 수출업체는 보조금을 받고 수입국 내 관련 업체는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불공정한 경쟁이 된다는 논리다. 반덤핑관세는 수출국이 자국에서 물건을 팔 때 매긴 가격보다 싸게 수출할 경우 물리는 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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