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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 MD실험 성공과 한국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 번의 연속실패 끝에 미국이 미사일 요격 실험에 결국 성공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남태평양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대기권 밖에서 맞혀 떨어뜨리는 고난도 실험이 지난 주말 성공을 거둠으로써 전지구적 규모의 미사일방어(MD)망을 구축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계획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MD 실험의 성공은 부시 행정부로서야 박수칠 일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불안하고 싸늘하다.

미국이 옛 소련과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무시하고 계획대로 해상과 공중으로 MD체제를 확대할 경우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그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가 설령 해결됐다 하더라도 미국이 MD체제 추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라크 같은 '불량국가' 의 미사일 위협이 과장된 게 아니냐는 근본적 논란은 그대로 남는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MD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MD에 대한 입장 정리는 우리로서 심각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해는 하지만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 는 '전략적 모호성' 에 무한정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유사시 북한 미사일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중레이저 무기와 이지스함을 한국과 동해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MD체제 편입 압박을 강화하면서 점점 선택을 강요하는 양상이다. 한.미동맹에 사활적 안보를 의지하면서 남북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해야 하는 우리 입장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다.

언제까지 이런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한반도를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우리도 물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보호를 상정한 제한적 성격의 미사일 방어망인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로 충분하다고 본다. TMD와 지구적 차원의 MD체제 참여를 구별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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