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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자영업자, 돈 관리에 민감해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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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돈은 많이 버는데 막상 목돈이 없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고민이다. 절대적인 수입만 보면 아무 걱정 없이 살 것 같지만 이렇게 쓰고 저렇게 쓰고 나면 돈을 모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심지어 적자를 보는 달도 있다. 그만큼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고 꼼꼼한 돈 관리에 능숙하지 못한 것 역시 의사·변호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특징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조재용(가명) 원장을 만나 문제가 뭔지 파악해 봤다. 재무 주치의로는 동양종금증권 압구정본부점 유진경 부장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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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올해 40세인 조재용씨는 경기도 수원에서 재활의학과 병원을 운영한다. 조씨가 재활병원을 운영한 지는 6년이 됐다. 병원을 경영하니 소득이 꽤 많고 자산을 착실히 모았을 듯하다.

[재활병원 원장 조재용씨 사례] Q 수입은 많은데 돈이 안 모여요 # A 구체적인 목표부터 잡으세요 #목표 없으면 관리 어려워 … 재무 계획 갖고 장기 투자해야

하지만 조 원장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입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다”고 말한다.그가 임대보증금으로 치른 돈은 2억원이다.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 은행·캐피털회사 등에서 3억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재활병원에서는 월평균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출되는 돈은 3000만원가량 된다. 이와 별도로 조씨의 부인 김미영(39·가명)씨는 악기 과외로 월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따라서 조 원장 부부의 한 달 평균 수입은 5000만원이다. 그러나 씀씀이도 만만치 않다. 이 집은 생활비 외에 개인 용돈과 금융회사 대출금 상환, 자동차 할부금 등으로 월 2000만원 이상 지출한다.

부부는 2001년 결혼해 8세 딸을 하나 두었는데 영어·노래·피겨스케이팅 등 사교육비로 월 500만원이 나간다. 현재 조 원장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 보증금 5억5000만원을 내고 전세로 입주했다. 은행 예금도 2억원가량 있다. 이 밖에 부친에게 물려받을 몇 십 억원대 건물이 있다.

조 원장은 앞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래서 당장 집을 살 계획이 없다. 그는 “그 돈으로 차라리 병원을 확장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당분간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아서다. 그는 앞으로 10년 더 일하고 50세쯤 은퇴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지 상담해 왔다.

PROBLEM: 가장 큰 문제는 조 원장이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병원을 확장하려는 것인지,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는 것인지 목표가 모호하다. 이러면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는 현재 금융상품 등 투자가 전혀 없는 상태다. 특히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

부친에게 받을 건물로 이를 대체할 생각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운용 계획이 있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씀씀이가 큰 것도 문제다. 그는 생활비와 별도로 매월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신용카드가 6개나 된다. 이러니 열심히 벌어도 돈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조씨는 “직업이 의사다 보니 접대가 잦고 친구·후배들 술자리도 많다”고 하지만 적절하게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자금 운용도 문제다. 현재 부인이 돈을 관리하는데, 부인이 보수적이라 정기예금에 현금(2억원)을 모두 넣어 두고 있다. ANSWER: 조 원장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는 절세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조씨는 이런 상품에 단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공제 혜택이 많이 사라져 불리하지만 그래도 한두 개쯤 가입하는 게 좋다.

우선순위 상품으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 비과세가 되는 주식형 펀드 등이 있다. 또 주식형 펀드나 연금 등에 가입해 목돈을 운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자녀 등록금 준비, 내 집 마련 등 목표하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냥 버는 대로 쓰는 구조다.

그는 50세에 은퇴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반인의 은퇴 계획은 보통 65세다. 남들보다 15년이나 덜 버는 셈이다. 그의 말대로 50세에 은퇴해 80~9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0년간 벌어서 30~40년을 생활해야 하는데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대로 지금부터 버는 돈을 잘 운용해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밖에 대출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캐피털회사의 대출 금리는 높기 때문에 더 안고 가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여러 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상황이다. 그것보다 한두 개로 조정하는 게 금리 조건에서 유리하다.

목표 잡고 자산 쪼개 관리하라

고소득 자영업자의 재테크 전략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모으는 돈은 그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고소득자 대부분은 주변의 세무사·회계사 등 금융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 따라서 일반인보다 정보의 양이 훨씬 많다.

하지만 본인의 고소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중요한 것은 뚜렷한 목표와 목적별로 자금을 나누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돈은 모아야 하는 목표와 방법이 분명해야만 원하는 만큼 모을 수 있다.

모든 투자자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자산을 운용할 때엔 사소한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큰 금액으로 벌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1%의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지만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면 1%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따라서 장기투자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큰돈은 섣부른 정보만 믿고 일부 기업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더디 가더라도 안정적인 상품에 넣어 두는 것이 낫다. 미국의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의 90%가 자산 배분을 통해 부를 이뤘다. 자산 배분은 분산 투자와 다르다. 자신의 실질소득에 따라 자산 배분 형태가 달라진다.

월 소득이 높고 나이가 젊을수록 연금이나 장기주택마련저축, 펀드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일찍 시작할수록 장기 투자 효과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도움말: 유진경 동양종금증권 부장

조재용 원장의 궁금증 풀기

Q. 금융 채무를 그대로 끌고 가면서 세금 혜택을 보는 게 나은가, 아니면 채무를 청산하는 게 현명한가.

A. 꼭 갚을 필요는 없지만 대출회사를 정리할 필요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전 세계가 출구전략을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금리가 오를 전망이다. 이러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Q. 보험 가입은 쓸데없는 소비라고 생각하는데 꼭 가입해야 하나?

A. 1년이라도 젊을 때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대신 조씨 가족은 보장성 보험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의료실비보험인 화재보험·암보험·저축보험 등에 가입해 두면 혹시라도 사고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개인적으로 부동산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보는데?

A. 주식에 투자한다면 개별주가 아닌 대형주 위주로 하길 권유한다. 생활비를 빼고 월 3000만원가량 주식이나 펀드 등으로 운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권장하고 싶다. 본인과 부인 앞으로 개인연금 각각 500만원, 적립식 펀드(여러 상품에 분산해) 1000만원, 정기예금 1000만원 등이다. 이 밖에 보험이나 비과세 되는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이 좋을 것이다.

Q. 세금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

A. 개인연금은 비과세와 소득공제,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주식형 펀드는 비과세 혜택이 있는 고마운 금융상품이다.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일수록 소득공제 혜택이 크다. 따라서 금액이 적다고 무시하지 말고 처음부터 차곡차곡 혜택을 받을 것을 권한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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