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와 하늘'전, 예술·과학 경계없는 우주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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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광대한 하늘과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은 예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특히 19세기에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 천체 사진은 천문학자뿐 아니라 예술가들이 상상력을 펼치는 주요한 마당이 됐다.

달의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초록색 행성 지구의 아름다움,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점점이 빛나는 별들의 이동경로가 그리는 호선(弧線)들, 황량한 들판 먼 위쪽에서 날카로운 호선으로 떠오른 그믐달, 캄캄한 우주를 휘황한 불꽃의 꼬리로 물들이며 날아가는 혜성의 사진은 외경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대전 한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별들의 평원에서 : 사진가와 하늘' 전은 사진이라는 기계적 매체를 통해 예술과 과학,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조망해보는 기회다(8월 11일까지).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지난 3월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스타츠갤러리에서 열렸던 기획전을 한국으로 옮겨온 전시행사. 당초 19~20세기를 포괄하는 전시였지만 이번 한국전에는 1926~2000년까지의 작품으로 폭을 줄였다.

전시작은 초현실주의 화가이면서 사진작업을 했던 만 레이를 비롯해 라즐로 모홀리나기.알렉산더 로드첸코.라울로 위박 등 20세기 모더니즘 대가들의 역사적 사진으로부터 최근의 조르주 루스.토마스 루프.베르나르 포콩 등의 회화같은 사진과 미 항공우주국의 달 기록사진등까지 역사적.조형적.과학적 사진을 망라한다.

만 레이의 '달은 니아섬에 뜬다' 는 아프리카 원시조각을 배경으로 둥근 달이 떠올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상화가 모홀리나기의 작품은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을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한림미술관 이수균 학예연구실장은 "사진과 예술, 그리고 과학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천체.우주 사진작품들" 이라며 "이번 전시는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예술가들이 인도하는 별들의 평원을 방문해볼 수 있는 기회" 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상 4천원, 초중고생 2천원. 042-222-121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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