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왕위전] 조훈현-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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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曺9단 148 괜한 수로 판세 혼란해져

제6보 (144~173)〓국면은 백이 꽤 좋은데 어느 정도냐 하면 반면으로 엇비슷한 정도라고 한다. 曺9단은 144로 밀었는데 徐9단은 여기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보에서 말한 우변의 패, 즉 '참고도' 흑1로부터 9까지 대마를 패로 잡으러 가는 수단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패는 백이 A, B, C, D 등 자체 팻감이 많아 당장 결행하기는 어렵다. 또 백이 E에 젖히면 중앙 일곱점이 잡히기 때문에 흑은 최소한 이보다 큰 패를 여러 개 찾아내야 한다. 어차피 안되는 곳에 잠시 마음 쓴 것은 기울어 가는 형세 탓이다. 둘러보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바둑이다. 패배가 확실하다면 옥쇄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망설였던 것이다.

145 받자 曺9단도 더이상 미루지 못하고 146에 지켰다. 사실 바둑은 이때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이 바둑은 이 시점부터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사건을 준비해 간다.

147에 선수할 때 그냥 152에 이어주면 편안하다. 148에 잽을 하나 던져본 것은 '너는 살았느냐' 고 물어본 것이지만 유리한 曺9단으로선 괜한 손찌검이었다. 시빗거리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있는 徐9단이 고분고분 응해줄 리는 만무하며 과연 153까지 뚫고 나오자 중앙 백 석점만 부담스러운 돌이 됐다.

156도 연결이 끊어진 지금은 불가피한 수비. 백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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