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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싶지만…" 삼성전자 군침만 흘리는 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 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고 연간으로도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실적 발표 후 탄력이 크게 떨어졌다. 단기 급등했으니 쉴 때도 됐다는 분석이지만 증권가에서는 공모펀드의 편입비중 제한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가 특정 종목을 편드의 주식투자 총액 10%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펀드를 통한 분산투자의 철학 때문이다.

다만 특정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10%를 넘을 경우 그 비중까지 편입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뒀다. 국내 상장 종목 중 시총 10%를 넘는 종목은 삼성전자 뿐이어서 사실상 삼성전자를 위한 규정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매월 초 거래소에서 자료를 받아 전월의 삼성전자 평균 시총 비율을 공지한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보통주 시총은 13.19%, 우선주는 1.32%로 총 14.51%였다. 4월에는 삼성전자를 보통주, 우선주를 각각 이 비중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는 증권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버웨이트(시총 비중 이상으로 편입)가 안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 같아도 미리 시총 비중 이상으로 사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해 시총 비중이 커질 때마다 따라 가면서 살 수밖에 없다. 또 시총 비중까지 채운다고 해봐야 시장을 따라 갈 수 있는 수준이 될 뿐 그 이상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A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처럼 시장이 좋을 때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를 추천해 봐야 의미가 없다”며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봐야 기분만 나빠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해 편입비중이 제한선을 넘어서게 되면 3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주가는 오르는데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기관 투자자가 더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는 팔아야 하는 상황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탄력이 떨어져 100만원을 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삼성전자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우회로를 통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를 이미 한도까지 채워 더 이상 살 수 없기 때문에 대체제를 매수한다는 것. 가령 올해처럼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면 하이닉스반도체를 추가로 매수하고, 휴대폰 실적이 좋을 것 같으면 LG전자를, LCD쪽이라면 LG디스플레이 편입을 늘리는 식이다.

펀드업계 관계자는 “LG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다른 IT주나 아니면 반도체ETF나 삼성그룹ETF 등을 매수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이런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 문제가 삼성전자에만 해당돼 어느 누구도 선뜻 관련 규정을 고치자고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수많은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10% 제한이 필요하고 해외에도 대부분 같은 규정을 갖고 있다”며 “한 두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한다면 펀드를 통한 투자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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