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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수소연료전지 등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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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인 고유가와 에너지 위기가 한국과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의 채택이 보여주듯 세계는 이제 환경과 에너지, 그리고 성장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 11개 분야를 신재생에너지사업 영역으로 설정하고, 이 중 3대 분야(태양광.풍력.수소연료전지)를 중점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경제적 기반확충이 가능한 혁신 에너지신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 나아가 산업 고부가가치 창출 등과 연계되도록 각종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풍력 분야는 제주도.강원도.전라북도.경상북도 등에서 지역에너지 보급사업을 통한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이미 관련 운용기술의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연료전지는 이미 소형 연료전지 분야에서 선진국들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아직 뒤처져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지금까지 대단위 발전용에 기술 개발을 집중해 단기간 내에 상용화 가능한 기술개발 쪽으로 힘이 집중돼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대단위 발전용은 한전이나 대기업 등이 중심이 돼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자동차 연료전지 등은 자동차 관련회사 등이 주도하며, 소형 및 가정용 연료전지는 중소기업이 주도해 순발력을 발휘한 응용기술에 접목시키는 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단기간에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한국의 경쟁력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풍력산업에 관한 한 입지나 기술 개발 여건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토의 70%가 산악이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적 입지는 풍력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풍력 관련 기술은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기술 개발 의지가 퇴색해 관련기술 기반조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이런 식의 상황에 빠진다면 21세기 최고 부가가치 산업분야인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기술 분야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결국 신재생에너지 관련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도 올해를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적극화의 해로 선정하고 이를 독려하고 있다.

현재 유럽국가들은 공해 없는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우리처럼 영토 안에 유전이 없는 독일은 원전 대신 기존 에너지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활용에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진행해 활용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2003년 현재 총 약 1만4600㎽의 발전용량을 보유함으로써 전 세계 풍력발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독일은 총 18.5TWh의 풍력발전량으로 전체 발전량의 3.1%를 충당하고 있다. 또한 2002년 1월부터는 해상풍력 단지의 잠재력을 적극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북동쪽 배타적 경제수역을 최적지로 선정한 바 있다.

독일의 이 같은 국가적 관심과 투자에 비교하면 현재 한국에서는 전라북도가 유일하게 2004년 7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특성화 지역으로 선정된 상황이다. 현재 전라북도는 풍력 신기술 기업(코윈텍)과 가정용 연료전지기업(프로파워)에 중점을 둬 상용보급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 고유가 시대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화석에너지에 대한 관심 일변도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현실 대체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12일 전주리베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릴 청정 신재생에너지 국제포럼에는 이런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에 대해 세계적 전문가들과 실증적 연구자들이 참가해 구체적인 발표도 할 예정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현재의 고유가와 에너지 위기 상황의 절박성에서 좌절하기보다는 신기술 개발에 나서 우리가 21세기 에너지 신기술 분야를 리드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이런 기술은 대기업만이 아닌 혁신 선도형 중소기업들도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우리 미래의 전략산업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게 된다면 유럽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우리나라와 지역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전략산업으로 기반을 확충해 나가게 될 것이다.

이형규 신재생에너지 추진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