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모' 교과서 일본 채택 공방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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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의 내년도 중학교 역사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각지에서 시민단체와 우익단체간 막판 공방이 치열하다.

우익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이 자신들의 교과서 시판과 함께 전국 전시.강연회를 통해 교과서 채택률 높이기에 나서면서 시민단체.학자들이 채택 반대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립 도쿄대 교수들의 새역모 교과서 반대 운동은 상징적이다. 도쿄대 교수 30여명과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교내에서 모임을 열고 새역모 교과서 불채택 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그동안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반대 성명을 내기는 했지만 집단적으로 반대 운동을 벌이기는 처음이다. 교수들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도록 하는 요청서를 일선 교육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6일에는 TV아사히가 뉴스 프로그램에서 도쿄도 스기나미구에서 불고 있는 시민들의 새역모 교과서 불채택 서명 운동을 소개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에서 뉴스 평론가로 나온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은 "한국과 중국 국민과 우호관계를 추구하지 않는 학부모와 교사가 문제의 교과서를 교재로 선정하는 것은 좋으나, 그렇지 않은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 교과서는 아니다' 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역모의 핵심 멤버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도쿄대 교수는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비판한 것도 아니고 기술되지 않은 것까지 비판하는 것으로, 불채택 운동을 촉발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 고 했다. 새역모측은 방송법 위반을 들어 총무성에 TV아사히에 대한 처분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의 공방도 달아오르고 있다. 나가사키(長崎)현의 경우 지난달 새역모가 강연회를 열자 현 교육위 노조와 피폭자단체 등 20개 단체가 '위험한 교과서로부터 어린이를 지키는 네트워크' 를 결성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미에(三重)현의 15개 단체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도록 현 교육위원회에 청원서를 냈고, 1일에는 이시카와(石川)현에서 시민들이 새역모 교과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새역모의 교과서 채택운동에는 자민당 우파 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 대표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전 농수상은 공공연히 새역모 교과서를 지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새역모측은 자신들의 교과서 채택률이 12%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저변의 반발이 강해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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