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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군단 거느린 연예기획사 '연예계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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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대형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연예인 한 두 명을 관리하던 개인사업자가 줄어드는 대신 수십 명에 이르는 연예인을 거느린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업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기업형 매니지먼트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연예계의 불문율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 방송사.연예인 지위 역전=최근 MBC는 연예제작자협회가 소속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전면 거부한다고 선언해 곤욕을 치렀다. '시사매거진 2580' 의 보도가 연예인과 매니저 및 소속사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했다는 주장이었다.

MBC는 협회의 사과 및 관련자 징계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방송 출연 전면 거부가 단순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연예인에게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던 시대가 끝났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관계자는 "이제 방송사가 연예인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등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십 명의 인기 연예인을 거느린 업체 한두 곳만 손잡고 방송 출연을 거부하면 해당 방송사는 큰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 종합 엔터테인먼트 업체=배우.탤런트 등 연예인 매니지먼트를 기반으로 음반.영화사업까지 함께 하는 대형 업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에이스타스(대표 백남수)와 사이더스(대표 김형순) 등이 대표적인 회사다.

1989년 설립된 백기획을 전신으로 지난해 탄생한 에이스타스는 60여명에 이르는 인기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최명길 등 중견 연기자부터 이영애.이나영.한고은.송윤아.김정은.안재욱.추상미 등 정상급 스타들과 김선아.김효진.김채연.고호경 등 신세대 스타들이 이 회사 소속이다.

이 회사 소속 연기자들만으로도 웬만한 TV드라마나 영화 몇 편은 거뜬히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닐 정도다. 최근엔 3인조 여성 댄스그룹 투야를 내세워 가요계 진출도 선언했다.

지난해 설립된 사이더스 역시 에이스타스 못지 않은 화려한 면모를 과시한다. 우노필름 등 영화업계의 강자들이 결성을 주도한 회사답게 특히 영화 쪽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어 화제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우성.김혜수.김승우.최지우.전지현.장혁.박신양.전도연.차태현 등 흔히 '특A급' 으로 불리는 젊은 스타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남희석.유재석 등 인기 개그맨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최고 인기 그룹 god를 앞장세워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로커스 홀딩스 산하에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대표적인 영화 제작.유통사 시네마 서비스, 음반 유통사 예전 등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사이더스의 최대 강점이다.

GM기획(대표 김광수)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8백만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한 조성모와 신인 그룹 문차일드 등 가수를 비롯해 배우 이미연, 개그우먼 이영자 등이 이 회사 소속이다.

김현주.신은경.감우성.진희경.성현아.김여진 등이 소속된 윌스타(대표 이용관)는 배우.탤런트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다.

◇ 음반산업 전문 업체=다수의 인기가수들을 거느리고 가수 매니지먼트과 음반 제작.유통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가수 출신인 이수만씨가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대표 김경욱)다. 지난 몇년 동안 10대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그룹 H.O.T. 를 비롯해 SES.신화.플라이 투 더 스카이.보아 등이 SM소속이다.

신인 가수를 발굴한 뒤 철저한 트레이닝과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스타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구축해 코스닥 등록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아이스타 뮤직(대표 한석창)에는 엄정화.이동건 등이 소속돼 있으며, 천일음반 등 세 회사가 연합해 탄생한 라미나플로어(공동대표 김상철)에는 임창정.UN.샤크라.디바 등이 소속돼 있다.

◇ 전망=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대형화하는 것은 대세다. 대형화에 따른 효과가 뿌리치기 힘든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공개를 통해 탄탄한 자금력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스타와 한 묶음 출연' 전략 등을 통해 신인 발굴.육성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경영이 투명화되고, 연예인과 소속사와의 관계가 선진화하는 것도 대형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 업체가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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