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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식인 지도]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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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언론들은 몇 해 전부터 새해가 되면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가 매년 펴내는 『지구환경보고서(The State of the World)』가 나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매년 나오는 『지구환경보고서』는 생태계의 위험에 관한 최근 정보를 학제적(學際的)으로 분석하여 그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쉬운 용어로 매우 설득력 있게 경고함으므로써 이제는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로 자리를 잡았다.

레스터 브라운(67)은 1974년에 바로 이 연구소를 만들고 발전시켜온 주인공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으로 선정했고, 인도 캘커타의 유력지 텔레그라프는 그를 '지구환경 운동의 지도자' 라 칭했다.

브라운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환경문제를 단순히 환경문제로만 보지 않았고, 세계경제 질서.에너지.식량.인구.과학기술 발전, 나아가 우리의 식생활 및 교통 생활 등 삶의 양식과 밀접히 연관된 복합문제로 보았다.

따라서 그의 시각은 매우 학제적이고 종합적이다. 문제를 세계차원에서 보면서 상호의존성을 분석하고 대안도 제시한다.

그가 이처럼 거시적이고 국제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은 환경문제의 특성을 바로 꿰뚫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인류가 맞고 있는 환경문제는 모두가 국제성을 지닌다. 오존층 고갈.기후 변화.생물 다양성 파괴 등 소위 지구환경 문제는 물론이고 각 나라에서 일어나는 수질오염.대기오염.토양오염 등 국내환경 문제도 모두가 세계 에너지 수급방향, 국제 무역질서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레스터 브라운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지구에 대한 예측.경고

그의 장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숫자를 매우 잘 다룬다. 그의 주장은 항상 수치로 뒷받침된다. 많은 수치 자료들을 분석, 재구성하여 제시되는 도표는 국제사회에 널리 회자된다.

특히 지구환경보고서와 『생명신호(Vital Signs)』에서 제시되는 갖가지 도표는 우리의 문제를 매우 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장점을 지닌 그는 20세기 후반에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 건설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며 국제사회의 환경운동을 끌어가고 있는 영향력 있는 지도자다.

그는 어떤 한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아니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를 거부하는도 모른다. 스무 권이 넘는 저서와 수십편 논문의 저자이고 월드워치 연구소를 설립해 세계적 연구소로 발전시켜왔지만 정작 그가 전공해서 딴 박사학위는 없다. 아마도 학위를 딸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국제적 시각과 관심은 저서 『국경 없는 세계』(72년)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이 책에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인 환경위기, 빈부 격차 심화, 실업문제, 도시화 문제와 기아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 경제체제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하여 교육과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머지 두 책에서도 그의 주요 관심사를 읽을 수 있다. 특히 『빵만으로』(74년)에서는 농업기술 한계와 환경 질 저하로 인하여 세계 식량부족과 대규모 기아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국제사회에 경고했다.

***교육.국제협력 중요성 강조

월드워치 연구소를 설립한 후에는 환경.식량.인구.에너지 및 자연자원.세계경제의 변화들을 조사하여 국제사회에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 그리고 경고를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왔다. 때로는 이러한 예측과 경고가 빗나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예측이 맞고 안 맞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분석하여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사항을 찾아내서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를 피할 수 있는 국제적 합의와 공동 노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 디디티(DDT) 때문에 새가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아직 우리가 새의 지저귐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서둘러 디디티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운은 정보가 사회변화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새로운 정보와 경험에 의하여 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월드워치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그들의 정책담당자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출판 활동을 특히 강조한 것도 이러한 교육철학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이러한 전략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월드워치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담은 출판물들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지구환경보고서는 그 영향력에 있어 국제연합에서 펴내는 환경 보고서들을 훨씬 능가한다.

지난 5월에 브라운은 '지구정책 연구소(Earth Policy Institute)' 를 창설해 월드워치에서 독립했다. 이를 통해 환경적으로 지탱가능한 경제, 즉 생태경제를 확립하기 위한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월드워치 연구소와는 달리 이 연구소는 각국 정부가 환경정책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더 직접적이며 구체적인 연구활동과 로비활동을 한다는, 다소 전위적인 실천연구단체의 성격을 가진다. 그간 월드워치 연구소의 충실한 연구활동과 제언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 특히 미국 정부가 정책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워치 연구소 이사장 자리는 그대로 맡고지 있는 브라운 자신도 기초적인 연구와 대중적인 인식확산이라는 월드워치 연구소의 활동과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드워치 연구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는 것이다.

그는 녹색진영이 지구를 지키려는 많은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환경적으로 지탱가능한 경제블록, 즉 생태경제를 확립하자고 주장한다. 생태경제란 지구의 생태계를 붕괴시키거나 파괴하지 않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지구정책연구소 창설

예컨대 소득세는 삭감하고 환경적으로 파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세금을 인상하는 등 조세체계의 재구조화를 그는 정책도구로 제시한다. 생태경제로 나아갈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지도를 개발하여 언론매체.정책결정자.인터넷 등을 통해 발빠르게 확산시키고자 한다. 이 때문에 생태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막대한 정보를 확산시킬 책임이 언론에 있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진전을 지속적으로 평가한다.

이승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팀장

*** 레스터 브라운은…

▶1934년 미 뉴저지 출생.

▶55년 럿거스대 졸업(농업과학).

▶59년 메릴랜드대 농업경제학 석사.

▶62년 하버드대 공공정책학 석사.

▶74년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월드워치 연구소 설립.

▶84년 『지구환경보고서』 발간.

▶92년 『생명신호』 시리즈 발간.

▶2000년 인터넷 시리즈 『월드워치 이슈 얼럿츠』 시작.

▶유엔환경상(87년).국제자연보호기금 금메달(89년).환경단체 오더본협회가 주는 1백명 보존인 상(98년) 등 수상. 럿거스대 등 20여 개 대학서 명예박사 학위 받음.

*** 관련저작들

<번역서>

▶『지구환경보고서』(90~98년 따님, 2001년부터 도요새).

▶『생명신호』(93.98년 따님, 2000년부터 도요새).

▶『풀하우스:인구.식량.환경』(김성문외 역, 따님, 97년).

▶『식량대란』(박진도 역, 한송출판사, 97년).

▶『맬서스를 넘어서』(이상훈 역, 따님,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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